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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민족&평화

"오! 피스 코리아 그리고 레바논…"

박노해 시인 긴급호소 '전투부대가 아닌 의료재건부대를'

 

김상택 기자

박노해 시인은 지난 11일 레바논 의료재건부대 파병요청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을 노래하던 시인은 이제 레바논의 평화를 위해 노래한다. 입이 아닌 심장으로 부르는 그의 노래는 펜과 카메라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다/ 몸이 아플 때 아픈 곳이 중심이 된다… 총구 앞에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양심과 정의와 아이들이 학살되는 곳/ 이 순간 그곳이 세계의 중심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레바논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여기 레바논에는 지금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 우릴 지켜보고 귀 기울이고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아무도… ”라며 시인의 레바논 친구는 울먹인다. 그를 위해, 레바논을 위해 박노해 시인이 입을 열었다.

박 시인은 “지금 레바논은 중동 분쟁의 뇌관”이라며 “한국 정부가 UN평화유지군의 이름으로 레바논에 전투병 파병을 결정했는데 한국군 파병지인 수르는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또한 한국군의 전투병 파병은 세계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한국인을 폭탄공격의 표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라며 걱정을 나타냈다.

지난해 7월 12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작된 레바논 전쟁이 8월 14일 휴전하기까지 레바논에서는 9천500회의 폭격과 약 1천2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중에서 1/3은 어린이로  추정된다. “레바논에는 지금 전투병이 아니라 의무병과 공병이 필요합니다. 전쟁의 폐허 현장에서 재건을 위해 힘쓰는 레바논인들을 위해 의료 재건부대를 파병할 때 코리아에 대한 우정과 존경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박 시인은 전투병 파병을 강하게 반대했다. 지난 4일 한국정부는 레바논에 전투병 선발대 60여 명을 보냈고 오는 19일 300여 명의 본대를 파병할 예정이다.

200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레바논을 방문한 박 시인은 헤즈볼라 세력에게 둘러싸여 미국과 이스라엘의 첩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몇 번의 위험한 상황을 만났다. 그 때마다 그를 구해준 것은 서울 광화문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벌였던 ‘Save Lebanon' 캠페인 때 찍은 사진 한 장이었다. 박 시인은 말한다. “평화는 무력하지만, 평화는 힘이 있다”고.

암울한 시기, 노동자들에게 새벽이 오리란 희망을 품게 했던 박 시인을 전쟁의 폐허 속으로 뛰어들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자기 자신이나 국가에 대한 관심은 타고나지만 타인에 대한 관심은 배워야 합니다. 군사독재 정권에 온 몸으로 투쟁하다 감옥에 들어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혹시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된다면 세계를 내 발로 누비겠다’고 다짐했습니다”고 박 시인은 말을 아꼈다.

또한 한국의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은 이제 내가 아니더라도 할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진보의 위기론에 대해선 ‘전인류적이고 세계평화를 지향하는 쟁점들을 담아내는 새로운 활동을 진보의 영역으로 넓히지 못한 한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노해 시인

친구들을 잃은 아이들이 헤즈볼라의 항전으로 파괴된 이스라엘 탱크 위에 올라서서 하늘나라의 친구들을 향해 깃발로 눈물의 기도를 보낸다.


“대선을 앞두고 같이 민주화 운동했던 몇 분들에게서 연락이 오지만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며 박 시인은 레바논을 비롯한 분쟁지역의 평화운동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시인은 이야기를 마치자 ‘레바논 아이들 앞에 저는 죄인입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으로 달려갔다. 비가 몹시 내리던 지난 11일이었다. 박 시인은 또 다른 지구의 아픔이 있는 중심, 지구의 골목길을 찾아 길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전상희 기자

 

제12호 13면 2007년 7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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