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까지 한국의 금융과 유통의 리더를 목표로 ‘비전 2015’ 선포식 및 신CI 선포식을 지난달 28일 개최한 농협중앙회의 행보를 두고 농업전문가와 전농 등 농민단체들은 농민들과 괴리되는 정책방향이라는 반응이다. 지난 3월 농협의 신용.경제 사업 분리 방안이 10년 연기된 이후 유예기간 동안 지역농협의 자립기반확보를 위한 지원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할 농협중앙회가 금융을 중심으로 덩치를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이 제시한 비전내용에 농촌 활력을 위한 지역종합센터 신설과 시장지향적 협동조합이 제시됐지만 이전까지 발표돼왔던 내용들을 짜깁기한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진도 충남대 교수는 “금융 분야에서 수익을 많이 남기겠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하기는 힘들지만 현재 일반 농민조합원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일반금융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문제다”고 말했다. 농촌경제연구원 박성재 연구원도 “협동조합도 비즈니스 조직이기 때문에 수익모델을 찾는 것은 당연하지만 경제사업에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동안 농협의 경제사업이 농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농민단체와 학계에서는 경제사업 활성 화를 위해 신경분리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농림부가 1월부터 신경분리위원회를 구성해 타당성을 검토했고 지난 3월 10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중앙회, 경제, 신용의 3개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이를 위해 13조원이 투입된다.
농협중앙회 내부적으로도 농협의 경제사업이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신용에서 돈벌어 경제사업에 퍼준다’는 인식이 강했다. 유통과 축산사업을 포함한 경제 부분의 당기 순손실이 지난해 707억원을 비롯 2005년 1천206억, 2004년 1천180억원, 2003년 1천430억이었고 손실은 금융사업의 수익으로 보전되고 있다. 하지만 농림부가 계획을 확정하기 전까지 농협중앙회는 신경분리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정대근 중앙회 회장도 지난해 3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복합영농 체제인 것처럼 농협도 종합적 체제로 남아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협중앙회가 지도&교육과 경제&신용을 총괄하는 것은 시너지 효과가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신경분리 확정 이후에도 농협중앙회는 인력&예산 규모에서 8할을 차지하는 신용부분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4월 26일 여의도에 신사옥을 마련한 NH투자증권을 비롯 농협CA투신운용, NH투자선물 등 농협 금융 관련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금융사업을 확장하고 인천 검단 등 신도시 지역에서는 지역농협과 마찰을 일으키면서까지 중앙회지점을 늘리고 있다.
이 뿐 아니라 금융 이외로의 사업 확장도 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롯데관광과 합작해 설립된 농협롯데관광은 994개 금융점포, 4천210개의 지역농협, 23개의 자회사, 7만명의 임직원, 대형마트인 26개 하나로 클럽 등을 대상으로 해외연수사업과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역 조합들은 자립기반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회가 회원조합의 구체적인 방전방향을 제시하기보다 금융분야에 집중하는데 대해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중앙회가 직원 1만명을 위한 조직이 되어가고 있다”며 “1960년대 농협 초창기 고리채에 시달리는 농민을 위해 만든 신용부분이 도리어 농협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12호 4면 2007년 7월 16일자
'News > 시민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산 쇠고기 대형마트 '무혈' 입성 (0) | 2007.07.16 |
---|---|
학원비 폭리에 솜방망이 처벌 (0) | 2007.07.16 |
“막가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0) | 2007.07.16 |
탄산음료 첨가제 아이들에게 '치명타' (0) | 2007.07.16 |
정대근 농협회장 퇴진 둘러싼 갈등 첨예 (0) | 2007.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