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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경제

정대근 농협회장 퇴진 둘러싼 갈등 첨예

전국 '퇴물수수확인 물러나야'…중앙 '조직개혁차원 현행 유지'

 

2심 판결 앞두고 검찰-변호사 특가법적용 법리공방 치열
농민단체.전문가 "스스로 거취정해야"

 

김상택 기자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건물 모습

지난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던 정대근 농협 회장의 2심 판결이 오는 20일 열린다. 겉으로 드러나는 농협의 모습은 차분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갈등을 겪고 있다. 지역농협 노동자들로 구성된 전국농협노조는 정 회장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반면 농협중앙회와 중앙회 노조는 판단을 유보한 체 도리어 퇴진요구의 숨은 의도를 경계하면서 전국농협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고등법원이 유죄판결을 내려도 정대근 회장이 상고한다면 대법원의 최종판단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 내년 5월 중앙회장 선거 이후까지 임기를 채우는 데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농협 중앙회장직이 가진 사회경제적 연관성을 고려하면 유죄판결의 후폭풍은 회장 거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회 회장은 지역농협 조합장들이 선거를 통해 뽑는 선출직이고 농민조합원의 대표라는 상징성이 강한 만큼 사임 요구를 피해가긴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 1994년 한호선 전 회장, 1999년 원철희 전 회장이 공금 횡령 및 유용 혐의가 인정된 직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전직회장도 줄줄이 사퇴

정 회장은 2005년 12월 현대자동차 김동진 회장으로부터 사옥 증축에 필수적인 서울 양재동 농협하나로마트의 화단부지를 매각하는데 도움을 주는 대가로 3억원을 받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지만 지난 2월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하지만 법원이 뇌물수수 사실에 대해 무죄 판결한 것이 아니라 검찰이 적용한 특가법으로는 정 회장을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 때문에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법원의 판단은 농협 임직원이 공무직에 해당하지 않아 국가기관 및 산하단체 간부를 대상으로 하는 특가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정 회장 거취를 둘러싼 농협중앙회.농협중앙회노조와 전국농협노조 사이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3일 전국농협노조는 재판부에 정 회장 엄벌 촉구 입장을 전달했고, 이에 11일 중앙회 노조는  “전국농협노조는 지역농협 직원들의 조직이어서 중앙회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때문에 그들의 주장을 전체 농협 직원들의 의견으로 볼 수 없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심각한 입장차를 표출했다.

전국농협노조는 “검찰조사에서 뇌물수수가 확인된 이상 선출직인 회장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인 반면 중앙회노조는 “회장의 비리 건으로 노조의 발언권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개혁을 위해선 현재 구도가 유지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이형순 농협중앙회노조 정책실장은 “삼랑진 농협조합장이었던 정 회장이 당선된 이후 중앙회 인사에서 경남 중심의 논공행상이 있었다”며 “비리사건 이후 노조가 회장 측근 배제 성명서를 내는 등 내부인사시스템 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장퇴진 요구보다는 이를 이용해 협상력을 높여 개혁을 관철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농협은 별도의 법인이기 때문에 전국농협노조의 주장은 단순 입장표명에 불과하며 퇴진요구는 중앙회를 공격하고 비난해 지원책을 끌어내고자하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농협중앙회, 전국 농협노조 압박

중앙회 차원의 전국농협노조에 대한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회장퇴진 운동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혐의로 전국농협노조 집행부를 지난 4월 고소했다. 남대문경찰서의 조사가 끝나 서울지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유태수 농협중앙회 회원지원부 팀장은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노조가 집요하게 퇴진운동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라며 “회장을 공격하면 농협중앙회가 받을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진행한 고소였다 ”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12일 농협중앙회는 서필상 전국농협노조위원장이 소속된 경남 안위 농협 등 노조집행부가 활동하는 3개 농협의 무이자 융통자금 62억원을 회수했다 36일 후에 재지원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노조가 회장퇴진 뿐 아니라 중앙회 해체까지 요구하는 상황에서 상징적인 조치였다”며 “회수자금이 양곡매입자금 등 농민직접지원금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전농 등 농민단체와 농업경제학 교수 등 관련 전문가들은 조직 안정을 이유로 농협 중앙회가 퇴진운동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검찰, 특법법 예비적 공소가실 추가 유죄 판결 가능성 높아져

한편 검찰과 변호인단의 법리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검찰은 정 회장에 대한 공소장에 지난 4월 금융기관 임직원을 처벌할 수 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고 이에 대한 수사내용을 보완해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신용사업 대표이사 선출에 있어 농협중앙회장의 추천과정이 전제되어 있어 특경법 적용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채영수 전 서울고법 특별부 재판장, 이종찬 전 서울고검장 등 전관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은 정 회장의 무죄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지난해 7월 새 농협법 시행으로 중앙회 회장이 비상임직으로 바뀌고 농업, 축산, 신용 등 사업부문별 대표이사 체제가 도입됐기 때문에 금융 관련 범죄를 처벌하는 특경법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법해석이라는 입장이다. 변호인단의 김선희 변호사는 “본래적 공소내용인 특가법 부분은 1심 재판부가 명쾌하게 판단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유지했다”며 “재판부가 특경법을 적용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 회장 지시로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 인수가 전격 추진되었듯 중앙회 회장은 여전히 이사회&대의원대회 등 의결기구 의장으로써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농협중앙회 사업 가운데 8할 가량이 신용사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재판부의 특경법 적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농 등 농민단체와 농업경제학 교수 등 관련 전문가들은 정 회장이 거취 문제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정 회장이 농협을 위한다면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 자체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신해식 강원대 교수도 “회장직이 농협을 대표하는 상직적인 자리인 만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훈 기자

 

제12호 4면 2007년 7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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