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구속 이시우 평화사진작가전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
양구 을지전망대=군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초소에 햇살이 가득 들었습니다. 긴장 속의 평화, 관성보다는 차라리 긴장이 좋습니다. 관성은 무시를 전제로 하지만 긴장은 평등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
“사진을 찍었다고 감옥에 가는 것은 저라도 억울할 것입니다. 힘내세요. 낙성대 공원에서 응원할게요.”
“제가 오늘 낙성대에서 작가님께서 찍은 사진을 봤는데 그렇게 멋진 사진들을 찍으셨다고 감옥에 가셨다는 말은 정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시우 작가님 꼭 감옥에서 나오세요.*^^*”
서울 인헌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시우 사진작가에게 보낸 응원들이다.
평화사진작가 이시우 석방 대책위원회와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이시우 사진전-국가보안법에 갇힌 표현과 창작의 자유’ 전시장 한 구석에 마련된 공간에는 이 아이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 통일운동가, 문화예술 관계자 등의 지지·응원 서명이 쏟아졌다.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종로 ‘평화공간 SPACE*PEACE’에서는 이 작가가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곳곳을 찾아다니며 손이 아닌 발로, 눈이 아닌 가슴으로 찍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반쪽 전시회다. 작품을 설명해줄 작가도 없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문제가 된 작품들도 없다.
이수효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은 “문제가 된 작품들을 보면서 이 작가가 왜 잡혀가야 했는지 시민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지만 원본 필름을 경찰이 압수해간 상태라 전시가 불가능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
백령도=발전은 사람을 위한 변화입니다. 그것은 부정의 긍정으로의 변화이며, 시련의 전망으로서의 변화입니다. 그 중에서도 감동스런 발전은 스스로 억압되었던 것이 남조차 해방시켜 주는 존재로의 변화입니다. |
이 작가는 미군기지와 군사시설 및 화학무기 촬영 등으로 미군 군사기지 정보 유출 혐의를 받고 지난 4월 19일 경찰에 연행됐다. 검거 직후부터 지난달 6일까지 묵비권과 단식투쟁을 벌이며 이 작가는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는 미음을 먹으며 체력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고 부인 김은옥 씨는 전한다.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
철원 월정리역=녹슨 철마는 쑥에게 빛나는 거울이 되는 대신 그림자를 감싸안는 대지가 되었습니다. |
전시회 첫날인 지난달 27일에 열린 개막식에서는 평화박물관을 대표해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이렇게 서정적인 사진들이 어떻게 국가기밀일 수가 있느냐”며 “우리도 똑같은 피사체를 똑같이 찍어서 이것이 정말 국보법 위반인가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 작가의 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이정희 변호사는 “공판을 준비하다보니 이시우 작가에 대한 도청과 미행이 2004년부터 굉장히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한 작가의 예술 활동이 논리적인 근거없이 북한을 이롭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지금도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랍다”고 전했다. 15인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은 오는 4일 열리는 첫 공판을 준비 중이다.
“처음에는 많이 울었지만 지금은 행복한 싸움을 하고 있다”며 말문을 연 이 작가의 부인 김은옥 씨는 “어제 서울경찰청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이 통과돼서 그랬는지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도청했던 게 불법이 아니라며 공문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시우 작가에 대한 압수 수색이 이루어진 것은 지난 1월 27일이었는데 3월부터 도청을 했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며 김 씨는 분노를 표현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이 작가의 사진집 ‘비무장지대에서의 사색’과 산문집 ‘민통선평화기행’에 실린 작품들이다. ‘민통선평화기행’은 2005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에 한국을 대표하는 책 100권에 선정돼 독일어판으로도 출간된 바 있다.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
정동진=아침 해가 떠오릅니다. 어둠과 함께, 철책과 함께 마침내 해가 떠오릅니다. |
이 작가의 사진들 속에선 찰나의 화려함보다 영원의 서글픔이 배어있다. “사진은 90%의 학문과 9%의 실천, 1%의 영감으로 창작된다”던 이 작가는 렌즈를 통해 피사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피사체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고민과 행동을 통해 피사체가 스스로 이 작가를 보게 만들었다. 사진을 찍기 전까지 피사체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사진을 찍는 순간엔 피사체가 이 작가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선 이 작가의 석방을 촉구하는 서명행사도 같이 진행 중이다.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
철원 노동당사=아이들은 미래의 주인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지난 시대를 딛고서만 미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
제10호 11면 2007년 7월 2일자
'News >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 NGO연대 활발 (0) | 2007.07.09 |
---|---|
평등·협력 안보가 진보 키워드 (0) | 2007.07.02 |
아인슈타인·홍세화 공통점? ='난민' (0) | 2007.06.25 |
"미국 모델 의존도 줄여야" (0) | 2007.06.25 |
고금도. 완당의 자취를 찾아 (0) | 2007.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