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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문화

아인슈타인·홍세화 공통점? ='난민'

'세계 난민의 날' 사진전

UNHCR / N. Ng

동티모르 딜리=기자들이 사진 찍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흉내 내며 즐거워하는 어린이들.

천재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체조 요정 나디아 코마네치, 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라이베리아의 축구영웅 조지 웨아 그리고 파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살았던 시대도, 국적도, 인종도 달랐던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인종, 종교, 정치 등의 이유로 인한 박해의 공포 때문에 조국을 떠나야 했고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인 ‘난민’이었다는 점이다.

지난 20일은 UN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사무소가 이 날을 기념해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서울시민과 함께 900만 어린이 난민돕기 사진전’을 지난 18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했다.

현재 전 세계엔 약 2천만 명 이상의 난민들이 있다. 이들의 절반가량인 약 900만 명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다. 어린이 난민은 주로 부모를 따라 의도치 않게 난민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아이들은 배고픔과 질병, 학대 등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유엔난민기구는 다국적 기업들과 함께 ‘나인 밀리언 캠페인’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 난민들에게 스포츠 활동지원과 교육 기회 제공을 위한 기금을 마련해오고 있다. 이번 사진전도 같은 맥락에서 준비된 자리였다.

사진들은 총 50여점으로 크게 △탈출에서 난민촌 생활까지(어린이 난민들의 삶) △학교에 가고 싶어요(교육) △공 하나면 즐겁습니다(스포츠) △그들에게 미래를 주세요! 희망이 있으면 가능합니다(희망) 등의 4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첫 번째 테마인 ‘탈출에서 난민촌 생활까지’에서는 난민촌으로 오기까지의, 또 난민촌에서의 힘겨운 생활 속 어린이들을 담아낸 사진들이 전시됐다. 케냐 난민촌에 어렵게 도착했지만 대규모 홍수로 인해 다른 난민촌을 찾아 떠나는 소말리아 난민 일행 속에서 어린 동생을 안고 있는 한 아이의 눈에선 삶에 대한 불신을 볼 수 있다.

UNHCR / B. Bannon

케냐 다답=난민촌에 도착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이 끝난 이후에도 어려움은 계속된다. 여기 소말리아 난민들은 대규모 홍수로 인해 다른 난민촌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두 번째 테마, ‘학교에 가고 싶어요’에서는 어린이 난민보호의 핵심인 교육현장 속의 아이들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책상이나 의자는 없어도 아이들은 자기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보고 또 보면서 지금의 현실이 전부가 아님을 배워간다.

‘공 하나면 즐겁습니다’ 테마에서는 처한 환경이 아무리 어려워도 공만 있으면 즐겁게 뛰어놀며 웃을 수 있는 아이들을 담아낸 사진들이 전시됐다. 레바논 내전으로 폐허가 된 건물 앞에서도 한 소년은 오로지 공에만 집중한다. 그 순간 그 아이에겐 그 공이 세상의 전부인 것이다.  

UNHCR / A. Branthwaite

레바논 사디킨=스포츠는 아이들에게 그들의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되찾아 준다.


마지막 테마인 ‘그들에게 미래를 주세요! 희망이 있으면 가능합니다’에선 순수한 아이들의 눈을 통해 불안한 지금의 현실이 아닌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전시됐다.  

사회는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내전은 끊이질 않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삶을 잃어가고 있다. 이들을 위해 국제사회는 지난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을 맺었고 한국도 1992년에 가입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른 OECD 가입 국가들보다 난민 지위 부여실적이 제일 낮은 편이다. 또한 난민지위를 인정받기까지는 물론 난민으로 인정받고서도 거의 재정적 지원을 해주고 있지 않다. 유엔난민기구는 사진전과 함께 지난 20일 워크숍을 열어 한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어떻게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 법률의 제정 및 실행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강원도 원주에 사는 이송훈 씨(26)는 “약속이 있어서 서울에 올라왔다가 기다리는 시간 동안 사진전을 보게 됐다”며 “활짝 웃는 아이들을 보니 그 아이들이 미소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지나가다가 잠깐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래도 홍보를 더 많이 해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이 사진들을 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UNHCR / H. Caux

차드=난민촌의 삶은 일시적이어야 한다. 난민촌의 텐트는 임시 쉼터일 뿐 영원한 집은 될 수 없다.


사진 속 아이들은 카메라의, 세상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수줍어하면서도 똑바로 카메라를, 세상을 응시한다. 그 아이들이 현실에 지쳐 질끈 눈을 감아버리기 전에 한국사회도 이제 이 아이들과 눈을 맞출 때이다.

전상희 기자

 

제9호 13면 2007년 6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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