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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완 성공회대 교수 |
“진 땅엔 장화를, 마른 땅엔 운동화를 신어야지요.”
최근 한미FTA가 체결될 때 정부의 논리는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이고 경쟁력 있는 미국의 제도와 관행을 한국경제에 이식해 선진화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는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이 논리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했다. “각 상황과 환경에 맞는 신발이 따로 있듯이 한국경제에 알맞은 경제시스템이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경제시스템이 정말로 최고인지, 한국에 적용했을 때 효과가 있는지 또 미국식 모델 말고는 대안은 없는 것인지를 논의해보자”고 신 교수는 말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기획강좌 ‘대한민국사 5가지 쟁점’의 네 번째 강연자인 신 교수가 강의해야 할 주제는 ‘대한민국의 미래, 리틀 아메리카인가 빅 스웨덴인가’였다.
북유럽 사민주의 눈길을
신 교수는 먼저 미국을 이야기했다. “미국 경제의 특징은 거대하고 정교한 자본시장, 주주자본주의, 노동시장의 높은 유연성, 상대적으로 빈약한 사회복지시스템 등”이라며 “이러한 특징은 미국이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외환위기에 직면할 위험이 없고 광대한 국내시장으로 경제 대외의존도가 낮으며 풍부한 물적, 인적 자원을 보유한 패권국가라는 배경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은 굉장히 특수한 상황인데, 강대국이라 보편적인 상황으로 보이는 것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 모델이 문제가 많더라도 다른 대안이 없으니 미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하는 질문에 신 교수는 일본식 모델과 유럽 모델, 북유럽모델을 들면서 현재 영미모델에 대응할 수 있는 모델로는 북유럽모델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으로 대표되는 북유럽모델이 성장률이 미국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기 때문이다. 그 외에 복지수준이나 경제적 평등수준은 원래 미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고, 양성평등 수준도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스웨덴은 노동조합 운동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사회민주당이 세계 최장기집권을 한 나라이다. 자본주의 스펙트럼에서 가장 오른쪽에 미국이 있다면 가장 왼쪽에 스웨덴이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발전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최근 관심을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에 따르면 스웨덴 경제 시스템의 특징은 “중앙집권적으로 잘 조직된 생산직 노조 LO와 고용주연맹 SAF 간에 정부개입 없이 중앙단체교섭을 통해 노사간 쟁점을 일괄 타결하는 튼튼한 노사관계 틀을 갖고 있다”며 “이 단체들과 제도권 정치인 정당, 정부 간에 수많은 사회적 의제에 대해 일상적 논의를 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익단체들이 정부의 정책입안과 집행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스웨덴은 산업혁명 이후 중화학 공업 중심의 대기업들이 경제를 이끌었기 때문에 1932년 사민당이 집권을 할 때 이미 대기업의 영향력이 컸다. 이에 사민당 정부는 대기업들의 경제력을 인정하고 의도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키는 연대임금정책과 법인세정책 등으로 대기업 성장을 더욱 권장했다. 대신 높은 세금으로 그 성과를 사회에 흡수하자는 전략이었다.
노동조합 힘 커져야
그리고 스웨덴은 세계에서 정부지출, 특히 사회지출의 규모가 가장 큰 나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정책 프로그램이 잘 발달된 보편주의적 복지국가 모델이다. 실업정책의 경우 영국이나 프랑스는 실업자들에게 직접 돈을 주는데 스웨덴은 직접 재취업 교육을 시키는 등 완전고용 정책에 무게중심을 두는 식이다.
신 교수는 스웨덴의 경제 시스템 특징의 배경으로 “높은 노조 조직율과 다국적 기업들의 경쟁력”을 꼽았다. 또한 “한국처럼 급진적으로 바뀌는 정치엔터테인먼트적 성격은 없고 하나를 결정하면 끝까지 밀고나가지만 그 하나를 결정하기까지 오랫동안 논의하는 사회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사회 적용 긍정적 함의
스웨덴은 한국과 분명 다른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식 모델에 없는 영역을 다룬다는 점에서 스웨덴 모델의 가능성에 대해 열어두어야 할 것이란 이야기다. 신 교수는 “스웨덴이 자본주의, 세계화 시대에도 적절한 제도와 정책의 배합을 통해 높은 수준의 평등주의적 소득분배를 이룰 수 있고 원활한 경제성장과 평등주의적 재분배정책이 상당 부분 양립가능하다는 걸 증명했다”며 한국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긍정적 함의가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강한 노동운동을 통해 노동조합의 힘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신 교수는 강조했다. “유럽의 경우 이미 오래전 노동자의 힘으로 정치적 민주주의를 쟁취해 사회적으로나 보편적으로 노동운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엔 민주화운동 단계서부터 노동운동이 시민운동에게 상대적으로 밀린 느낌이다. 앞으로 사회의 담론에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대중적 설득 용어를 만들어 노동자들의 힘을 모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제도적으로도 비례대표제를 강화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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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회연구소 |
참여사회연구소가 기획하고 있는 '대한민국사 5가지 쟁점' 강좌 네번째 시간에 참석자들이 신정완 교수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신 교수는 “스웨덴 모델이 한국에 가장 적합하다는 주장은 아니지만 미국 모델을 급속도로 따라가고자 하는 기울기의 각도를 조금 낮추고 한국에 맞는 모델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이번 강의의 함의를 밝혔다.
한편 다음 참여사회연구소 기획강좌의 마지막 강연자는 박순성 동국대 교수로 ‘53년 분단체제의 미래와 동북아 평화’란 주제로 진행된다. 참여사회연구소는 이번 기획강좌를 포함해 지난 2005년 개최했던 심포지엄에 참석한 교수들의 원고를 묶어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역사와 좌표’란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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