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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지구촌

여성이 움직이는 일본 시민사회

일본시민사회 프런티어[6]

 

<시민사회신문>은 한국 시민사회와 연대의 폭과 깊이가 갈수록 확장돼 가는 일본 시민운동을 폭넓게 조망하는 ‘일본 시민사회 프론티어’ 기획을 10회 연재한다. 기획을 맡아 준 미우라 히로키(三浦大樹) 한국관광대학 전임강사는 경희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동북아시아NGO백서’(공저)를 집필하는 등 일본 시민사회 소식통이자 한국 시민사회에도 폭넓은 이해를 갖추고 있다. /편집자  


시민단체의 53%는 여성이 주도

일본 시민사회의 성격이나 원동력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여성의 리더십이다. 일본 정부가 실시한 최근의 시민단체의 실태 조사에 의하면, 스텝의 성별에 관해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대답한 단체가 40%나 이루었다. ‘여성이 더 많다’라고 답한 단체와 합치면 일본은 53%의 단체에 있어서 여성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결과다. 한편으로 ‘대부분이 남성’ 및 ‘남성이 더 많다’라고 대답한 단체는 28%, 나머지는 ‘남녀 같은 정도’이었다. 또 단체의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여성 스텝의 비율은 높아지며 스텝이 20명 미만의 소규모단체의 경우 57%까지 여성이 주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스텝의 주된 직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대해서도 ‘가사종사자(주부 등)’이라고 대답한 단체가 거의 과반수(49%)이었으며, ‘연금 수급자 및 정년 퇴직자(31%)’가 그 다음 순을 이루고 있다. 즉 일본의 시민사회를 떠받쳐 움직이고 있는 것은 바로 여성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 시민사회의 일반적인 특징으로서는 지역수준에서 활동하는 소규모단체가 많다는 것과 정책제안이나 시위, 애드보커시(권력감시)보다도 봉사 활동이나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같은 활동 형태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 등을 흔히 들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이 주부를 중심으로 하는 여성 스텝에 의해 주도되어 있다는 요소를 더하면 일본의 시민사회가 어떤 것이며, 어떤 마인드나 힘이 지배적인 것인가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사회진출과 정치참여

시민사회에서 여성이 대대적으로 활약하는 반면 일본의 전반적인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정치진출은 지극히 낮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매년 발행하는 ‘인간개발보고서’에 의하면, 정치 및 경제 활동에서 여성참여를 내보이는 GEM(여성권한지수)에 있어 2006년에 일본의 순위는 세계 75개국 중 42위이었다. 한국(53위)과 함께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일본의 GEM이 낮은 것은 특히 여성 국회의원비율과 관리직 비율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회에서 여성의원의 비율은 9.2%. 국제의회연맹(IPU)이 발표하는 세계 랭킹에서는 99위다. 약 13.4%로 80위의 한국보다도 훨씬 뒤지고 있다. 또 일본의 여성관리직의 비율은 10.1%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의 42.5%, 영국의 34.5%, 독일의 37.3%  등을 크게 밑도는 현상이다.  

시민사회에서의 활발함과 사회나 정치에의 진출미숙 사이에 무엇인가의 인과관계가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현황이 최근의 여성운동의 경향에 반영되어 있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즉 단순한 대중적인 운동이 아니고 시민사회에서의 든든한 활동기반을 살리면서 조직간의 활발한 네트워크화를 통해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정치참여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운동들이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 활용 정치·경제계 진출

지난 5월25일,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임원 임명 등의 촉진을 목적으로, NPO법인(민간비영리활동법인) ‘Japan Women’s Innovative Network (J-Win)’가 발족했다. 이 단체는 일본IBM이 주도하고, KDDI, 소니 등 대기업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NPO법인으로서 주목 받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을 목적으로 하는 많은 시민단체나 기업의 담당 부처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외에 여성의 정치진출 활성화를 목적으로 국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NPO법인 ‘Fifty-Fifty’나, 해외의 여성단체와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여성의 지위향상에 힘쓰는 ‘아시아 여성 자료센터,’ 그리고 회원 약 20만의 일본 최대급 여성단체 ‘신일본 부인회’도 일본 전국 각 지역에 1만개이상의 기초 조직 네트워크화라는 방법으로 조직운영 되고 있다.

가나가와(神奈川) 네트워크 운동

‘가나가와 네트워크 운동’은 그러한 여성단체 네트워크화에 의한 여성 정치진출에 크게 공헌한 예다. 이 조직은 ‘강한 시민사회’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여성, 복지, 환경, 평화, 의회를 정책분야로 지정하여 1984년 7월에 가나가와현(神奈川縣)내에 설립된 ‘지역정당’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정당’이란 국회의원 선거에는 후보를 옹립하지 않고 네트워크의 정책이념에 찬동하는 여성을 기초의회에 보냄으로써 그 지역의 정치를 바꾸어 가는 것을 주된 활동으로 하는 정당이라는 의미이다.

활동 시작이래 가나가와현 내의 많은 시나 구에서 여성단체의 지역 네트워크를 만들고 2004년의 지방선거에서는 19개의 활동지역에서 34명의 여성의원을 배출하는데 성공했다. 가나가와현 전체 기초의회에서 여성의 진출율은 약 20%을 달성하고 있다. 같은 네트워크 운동이 보급된 도쿄(東京)와 함께 일본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07년 6월의 지방선거에서는 가나가와현 내의 어느 마을에서 의원 정수 14명 중 여성이 8명 당선돼  여성의원비율 57%을 달성했다는 쾌거가 크게 보도되었다.

이 네트워크 운동은 여성을 의회에 보낸다는 활동 뿐만 아니라 그 조직 운영이나 정치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도 여성단체의 장점을 살리고 있다. 우선 선거도, 정치도 모두 ‘자원봉사’로 인식하고 활동 자금은 대부분 기부에 의해 제공된다. 의원의 수입도 이들 자금에서 지불되고 순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음으로 당선된 의원은 원칙적으로 2기 8년으로 교대하게 된다. 이것 또한 의원을 직업이라고는 인식하지 않고 세대교체나 새로운 참여를 넓히거나 의원을 경험한 여성을 지역 내에 늘림으로써 시민사회를 더 강화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미우라 히로키 한국관광대 전임강사

 

제11호 16면 2007년 7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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