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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신의 직장’을 없애라

[시론]

이른바 ‘신의 직장’이 시민들을 괴롭게 하고 있다. 비정규직 800만명, 신용불량자 700만명의 비정한 시대이다. 마치 이런 현실을 우롱이라도 하듯이 ‘신의 직장’은 막대한 금액의 혈세를 마구 나눠먹고 있다. 오죽하면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생겼겠냐만 아무튼 이 저질적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신의 직장’이란 어떤 곳을 뜻하는가? 그것은 바로 ‘정부산하기관’의 다른 이름이다. 잘 알다시피 한국에는 각종 ‘정부산하기관’이 많다. 이름 끝에 ‘공사’니 ‘공단’이니 하는 꼬리를 붙이고 있어서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기관들을 무조건 민영화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 이러한 기관들은 대체로 공공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재벌을 비롯한 국내외 거대자본들이 이러한 기관들을 집어삼키지 않도록 크게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시대적 역할을 다한 정부산하기관은 해체되어야 마땅하다. 어떤 정부산하기관은 대대적으로 인력과 예산을 축소해야 한다. 또한 어떤 정부산하기관들은 대대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예컨대 주공과 토공, 그리고 수공의 부동산개발부문은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해야 옳다. 정부산하기관의 정비와 개혁은 ‘진정한 선진화’의 핵심적 과제이다. ‘공익’을 내걸고 ‘사익’을 챙기기에 급급한 정부산하기관은 ‘거악’일 뿐이다.

이러한 ‘신의 직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수백조원의 부동산을 다루며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개발공사’이다. ‘개발독재의 전위대’로 설립된 개발공사들은 개발독재의 종식에도 불구하고 전혀 쇠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력이나 예산이나 모두 크게 늘어났다. 전국 각지에서 온갖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끊임없이 벌이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오래 전에 전면적으로 통폐합되었어야 하는 ‘개발공사’들이 자기의 ‘사익’을 위해 끊임없이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혈세를 탕진하고 국토를 파괴하는 ‘토건국가’를 만든 것이다.

둘째, 수백조원의 유동자산을 다루며 각종 거대한 금융사업을 주관하는 ‘금융공사’들이다. 오늘날 정부는 가장 거대한 금융기관이다. 정부는 연금을 비롯해서 각종 채권의 운용을 통해 정부의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노후와 후세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생활을 보장해야 하며, 유동성의 문제로 경제가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목적으로 다양한 ‘금융공사’들이 계속 만들어졌다. ‘개발공사’와 달리 ‘금융공사’들은 대체로 고성장과 민주화를 배경으로 설립되었다. 따라서 ‘금융공사’에 대해서는 개발독재보다 이른바 ‘민주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의 직장’은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가? 가장 흔한 것은 각종 명목으로 임직원이 혈세를 나눠먹는 것이다. 규정에 없는 ‘복리후생비’라는 명목으로 혈세를 나눠먹고, 2년이 넘도록 출근하지 않은 직원에게도 월급이라며 버젓이 혈세를 나눠준다. 각종 연수의 명목으로 국내외 연수도 줄기차게 즐긴다. 어떤 공사에서는 퇴직하는 직원에게 자녀들이 취직하고자 할 때에는 특채하겠다는 보증서를 사장의 이름으로 써 주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기업체에서 온갖 뇌물과 향응을 받는 것은 다시 말할 것도 없다. ‘신의 직장’에서는 임직원이 혼연일체로 똑같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사실 문제 자체가 너무나 저질이라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신의 직장’은 이 나라가 심각한 ‘기형국가’의 상태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둘러 ‘신의 직장’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 ‘신의 직장’은 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예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치권은 ‘신의 직장’을 정치적 전리품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정략적 의도로 문제를 들출지언정 진정한 개혁을 추구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 공공성을 이유로 ‘신의 직장’을 옹호해서는 안 된다.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신의 직장’은 전면적 통폐합을 통한 실질적 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 교수

 

제9호 19면 2007년 6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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