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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한참 늦은 한미FTA 청문회

[시민운동2.0]

 

지난18일 국회 보건복지위와 문화관광위 두 개의 상임위에서 한미FTA에 관한 청문회가 열린다. 지난 4월 2일 협상이 타결되고 두 달이 훨씬 지난 시기이고, 대통령이 협정문에 최종 서명하고자 하는 날이 1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시기이다. 늦어도 한참이나 늦었다.

청문회가 늦어진 책임은 무엇보다 협상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행정부에 있다. 협상 결과가 다 나와 있는 상황에도 미국과의 고귀한 ‘약속’ 때문에 그 내용을 국민은 물론 국회에도 공개하지 않았고, 항의가 빗발치자 뒤늦게 4월 24일 소수의 국회의원들에게만 영문 협정문을 그것도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비공개 열람’ 방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공개를 한 것이 전부였다. 그로 인해 국회의원들과 보좌관은 비록 몇몇에 불과했지만 영한사전을 뒤져가며 행정부가 시키는 대로 번역해가며 검증하는 2중, 3중의 작업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국회의원이 번역하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는 한 초선 의원의 항의성, 한탄성 발언, 들어볼 만도 하다. 그래도 외교통상부는 근거도 없는 ‘3급 비밀’ 지정 등 보안에만 신경 쓸 따름이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타결 직후 정부는 이미 국문본 협정문을 보유하고 있었음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국민의 대표로서 입법권을 갖고 있는 국회를 상대로 정부가 ‘장난’을 쳤다고 밖에 할 수 상황이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그래서 국회 농해수위에서 5월 초 청문회를 개최하였으나 협정문 등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예정된 이틀의 일정에서 하루만 청문회를 치루는 웃기지도 않은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5월 25일 협정문이 국민 일반과 국회에 공개된 후에나 국회는 비로소 청문회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참 길고도 험난한 시간이다. 재작년 협상 시작 전, 협상 기간, 타결 이후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국회와 국민은 철저히 외면당했고, 오직 '통상 독재‘만이 활개를 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국회의 잘못도 크다. 의결권도 없이 형식적인 검증 단위에 불과한 그래서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 ‘한미FTA 특위’를 뒤늦게 구성하더니 이에 대한 명확한 역할 재정립도 하지 않았다. 또한 대다수 특위 의원들은 국민들의 우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커녕 회의 출석조차 하지 않는 등 무관심한 자세로 일관하는 의원이 30명 중 반 이상이었다. 차라리 문을 닫는 것이 나을 판이다. 구성 초기부터 정부의 ‘거수기’로 전락할 것을 우려했건만, 지난 1년 간의 활동은 그야말로 그러한 우려를 현실로 확인하게 해 주었다. 국민들이 청문회에 가지는 기대가 크지 않은 것도 바로 이러한 국회의 전적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건복지위, 문광위 청문회는 매우 중요하다. 의약품/의료기기 협상 결과로 인해 보건복지부와 시민사회의 국민추가부담액의 추계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정부가 의약품 가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약가를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다국적 제약사의 로비나 압력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취지로 도입한 ‘의약품 적정화 방안’은 이미 그 도입부터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시민사회의 주장과 ‘약가 적정화 방안을 지켰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또한 인권보다 저작권자의 권리만을 보호하겠다는 지적재산권 분야의 협상 결과에 대해서도 불평등 협상의 여부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스크린쿼터가 미래 유보에서 현행 유보로 바뀌게 된 경위와 최종 결정권자, 특허-허가 연계로 인한 피해에 대한 균형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이유와 피해 규모 축소 이유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현재까지 4개의 상임위만이 청문회 개최를 의결한 상태다. 18일 청문회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활발한 검증 활동으로 다른 상임위의 청문회를 추동해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FTA 협상의 결과는 국민 삶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부의 장밋빛 홍보가 더 이상 난무하지 못하도록 국회가 나서 협상 결과에 대한 날카로운 평가와 그로 인한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이를 통해 타 상임위의 청문회 개최를 이끌어내고, 여러 분야에 대한 신랄한 평가를 바탕으로 여론을 모아내고, 그 힘으로 국정조사를 실시하여 핵심적으로 문제있는 협상 결과와 그 결정권자의 책임까지 따지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이는 곧 정부의 한미FTA 찬양론에 대한 허구를 깨고, 과오를 인정하도록 하고, 결과적으로는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불평등 불공정한 한미FTA 협상을 전면 무효화 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지금까지와는 다른 국회의 모습을 기대한다.

 

 

강수경 참여연대 간사

 

제8호 19면 2007년 6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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