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의 한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인 A 씨는 저녁 11시에 퇴근한다. 학원가가 잘 발달된 수도권과는 달리 학교 외엔 갈 곳도 경제적 여유도 없는 아이들이 많아 학교에서 늦게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기 때문이다. 몸이 피곤한 대신 아이들이 농어촌특별전형으로라도 수도권 대학에 많이 입학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쉽지 않다. 이 학교 아이들은 논술, 구술심층면접을 준비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면접에서 미끄러지고 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100% 생활기록부만 보는 지방대학 농어촌특별전형으로 아이들을 합격시킨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난다’란 속담은 타당성을 인정받기가 어렵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부모의 경제적 위치에 따라 아이들의 학습능력과 대학입시 나아가 취업까지 영향을 받으며 계층의 재생산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교육 양극화의 심각성이 사회 양극화의 핵심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경원 민주노동당 교육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서울대가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를 토대로 서울대의 2005·2006년 신입생 출신학교를 유형별로 비교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의 경우 특목고·자사고 졸업생은 전체 고교 졸업생의 4.6%인데 반해 서울대 신입생의 18.8%를 차지했다. 강남소재 고교 학생들의 경우에도 전체 졸업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의 약 3배가 서울대에 들어갔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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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의 사교육비 격차에 관한 연구’ 중 월평균 사교육비 연도별 추이를 보면, 사교육비 지출 상위 20% 계층과 하위 20% 계층 간 격차가 2001년부터 더 심화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김정명신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운영위원장은 교육양극화 현상의 핵심 고리로 대학입시를 지적하며 “사교육비 지출 수준과 부모의 학력수준에 따라 아이의 수능점수가 큰 영향을 받는데 이는 곧 사교육비의 격차가 대학입시결과의 격차로 바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입시를 위한 도시근로자가계수익 대비 사교육비 지출이 지나치게 많은 부담이 되면서 결국 민생문제로까지 연결된다. “그래서 대선 후보자들도 서로 교육대통령을 자청하고 나서는 것 아니겠느냐“고 김정 운영위원장은 지적했다.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격차 해소 원년’을 선포하며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했다. 방과후 학교 지원 확대 및 저소득층 자녀 급식비 지원 등 2008년까지 8조억원의 예산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헌석 교육인적자원부 기획총괄실 사무관은 “지난해 교육안전망 구축 사업을 볼 때 양적으로는 평균정도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본다”며 “우선 돈이 없어서 학교에 못 다니는 학생들은 없도록 하기 위해 복지부, 여성가족부 등과 연계할 예정이긴 하지만 정책을 추진할 예산요구가 잘 반영되지 않는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 위원장은 교육부가 교육양극화 해소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대책을 보면 방과후 학교를 늘린다거나 EBS강화 등 학교를 학원화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며 “교육을 상품화해 자꾸 시장논리를 들이대서 좋은 교육 구매가능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간 차이가 발생하는 게 교육양극화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교육운동진영에서는 소모적 경쟁구조와 학벌, 학교서열화를 조장하는 대학입시자체의 철폐를 목표로 국민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전교조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를 오는 20일 출범해서 교육복지에 초점을 맞춘 운동도 전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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