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본, 협정문 토대 분야별 릴레이 평가
통합협정문 양해각서 등 추가 공개해야
5.25 협정문 공개뒤 한미FTA 분야별 평가에서 정부가 4월 2일 공개한 내용보다 더 많은 독소조항이 숨어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범국본 정책자문단은 본문 외에도 부속서한이나 일부 양해각서 를 검증한 결과 ‘악마는 각론에 숨어있다’는 말대로 ‘일방적 퍼주기’ 협상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양국의 ‘통합협정문’이나 협상과정에서 주고받은 ‘양해각서’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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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국본 |
한미FTA저지 범국본은 지난 30일 '위생검역 및 식품안전' 분야 릴레이 평가 기자회견후 미국산 쇠고기 '갈비뼈' 반입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한미FTA 무효화'를 주장하고 있다. |
지난 달 25일 공개된 협정문을 토대로 국민검증에 돌입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 28일부터 분야별 평가 릴레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첫 날인 28일에는 저작권과 의료특허권, 다음 날은 의약품 및 의료기기, 셋째 날은 위생검역과 식품안전, 넷째 날인 지난 31일에는 국회비상시국회의와 함께 농업분야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릴레이 기자회견은 이번 주에도 상품, 투자,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시청각미디어, 무역구제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지적재산권 분야-
◇ 인터넷 사이트 폐쇄 조치 논란= 범국본은 지적재산권 분야의 협상은 미국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준 굴욕적인 협상일 뿐아니라 양 당사국이 아닌 한국만의 의무만을 담은 부속서한이 포함된 것은 충격적인 ‘항복문서’라고 평가했다.
범국본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부속서한에 포함되어 있는 ‘인터넷 사이트 폐쇄’ 조항을 들었다.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가 직접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는 물론 무단 복제나 전송, 다운로드를 허용하기만 해도 사이트가 폐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사이트는 물론 웹하드, 개인간 파일공유 서비스(P2P) 등도 적용대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양국이 저작물의 불법적인 복제, 전송 등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폐쇄라는 공동 목표에 합의한다는 ‘선언적 의미’”라면서 “이미 ‘불법’ 복제와 전송은 국내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범국본은 “정부 주장과는 달리 부속서한에는 ‘불법’이란 용어 대신 ‘무단(unauthorized)'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 사이트들이 분쟁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무단‘이란 권리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의미로, 무단복제, 전송이나 다운로드를 ’허용‘하기만 하면 폐쇄 대상이 될 수 있다.
5.25 협정문 공개후 밝혀진 독소조항
◇ 지적재산권
무단 복제, 전송시 인터넷 사이트 폐쇄
대학가 불법 복제 금지
영화관 비디오 촬영시 형사처벌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조항
◇ 의약품 및 의료기기
민간의료보험상품 규제 불가, 공적건강보험 위축
‘경쟁적 시장도출가격’ 보장
정부 의약품 협상 피해액 축소
◇ 위생검역 식품안전
조류독감 지역화 인정
육류검사 시스템 동등성 인정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유전자변형생물체 허용
◇ 농업
전 품목 관세 철폐
농산물 특별긴급수입제한조치 1회로 제한
육류도매 육우사육업 외국인 투자 50% 인정
또한 범국본은 △대학가에서 불법복제, 배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영화관에서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영화를 촬영하거나 시도하는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어떤 FTA에도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 의약품 특허-허가 연계 논란= 범국본은 의약품 특허권과 관련해 ‘의약품 특허-허가 연계’를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특히 미국의 신통상정책에서도 이 조항에 대해서는 독소조항으로 지적하며 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의약품 특허-허가 연계란 식약청의 의약품 허가 업무에 특허청의 특허 관련 업무를 연계시켜 특허권이 살아있는 약에 대한 제네릭(복제약)은 식약청이 허가를 해주지 않도록 한 조항이다. 이럴 경우 오리지날약의 특허기간이 길어지고 복제약 출시가 늦어지면 이에 대한 피해는 소비자들의 몫이 된다. 범국본은 의약품 특허권과 관련해 ‘의약품 특허-허가 연계’를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특히 미국의 신통상정책에서도 이 조항에 대해서는 독소조항으로 지적하며 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의약품 특허-허가 연계란 식약청의 의약품 허가 업무에 특허청의 특허 관련 업무를 연계시켜 특허권이 살아있는 약에 대한 제네릭(복제약)은 식약청이 허가를 해주지 않도록 한 조항이다. 이럴 경우 오리지날약의 특허기간이 길어지고 복제약 출시가 늦어지면 이에 대한 피해는 소비자들의 몫이 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미국측이 당초 특허권자의 소송 제기시 시판허가 부여를 일정기간(30개월) 자동 정지할 것을 요구했으나 우리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국내적으로 이행가능한 적절한 방안을 강구한다’는 선에서 합의했다”면서 협상의 성과로 선전했다.
이밖에도 한미FTA 지재권 협정문은 저작물에 대한 공익적인 이용의 보장을 외면하고 ‘권리보호’를 명분으로 행정&사법 조치들을 남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국내법에서 지재권 침해시 ‘벌금형’을 두고 있으나 한미FTA 발효시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국회의 입법재량권을 침해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범국본은 “한마디로 의약품특허권 소송의 생리를 모르고 미국 요구를 수용할 것과 거부할 것조차 구분 못한 협상 결과”라고 평가했다. 남희섭 변리사는 “제네릭 제약사가 연계 기간을 줄이거나 연계를 깨려면 특허권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특허권이 무효이거나 제네릭 제약사가 시판하려는 의약품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아야 하는데,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는 경우에만 허가-특허 연계를 깰 수 있도록 해 둔다면 특허권자는 소송 절차를 지연시키는 전략을 펼 것이고, 제네릭 제약사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측이 제안한 ‘자동 정지’는 바로 특허 분쟁의 신속한 결말을 유도하고 문제있는 특허에 대한 이의제기를 장려함으로써 특허권자와 제네릭 제약사 사이의 ‘이익의 균형’을 고려한 것이다.
-보건의료분야-
◇ 의료체계 이원화…양극화 가속= 한미FTA 협정이 발효되면 민간의료보험상품에 대한 규제가 불가능하고 공적건강보험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분석됐다. 한미FTA 금융서비스 협정을 통해 앞으로 1년 이내에 민간보험상품의 출시를 네거티브 방식(예외목록 접근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명시함으로써 미국 민간의료보험사의 무제한적인 시장 접근을 보장하고 있다. 범국본은 “보험상품의 자유로운 출시로 인해 공적건강보험이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4대보험 중 산재보험은 협정문에서 FTA 현행유보안에 들어감으로써 한국정부가 산재보험에 관한 정책권한을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바꿀 수 없게 됐다. 또한 보험과 관련된 개인정보유출 가능성 역시 열어두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차 릴레이 평가 기자회견인 보건의료분야 기자회견
범국본은 “그동안 정부가 건강보험은 미국 요구도 아니고 FTA협상 대상도 아니라고 주장해왔으나 이번 협정문을 보면 검강보험제도 자체를 협상대상으로 삼고 있음이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부속서(24장 2)에 보면 한국 건강보험제도에 대해 인천, 부산, 광양 등의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 전역을 개방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실장은 “좁은 국토에서 6개 지역이 건강보험 예외, 영리병원 설립을 허가해준 것은 의료체계를 이원화하고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협정문에는 국민들의 약값 부담을 줄이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흔드는 조항이 담겨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약제비 적정화방안은 약값을 시장에 맡기는 대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약회사와 협상으로 결정하고 있어 약값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의약품 및 의료기기’협정문을 보면, ‘경쟁적 시장도출가격’에 기초하도록 보장한다고 돼있는데, 이는 선진7개국(A7) 평균약가 조항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실상 미국안을 수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한미FTA는 다른 FTA와 달리 의료기기에 대한 협정도 포함하고 있어 한국에 과다공급되고 있는 보험재정의 최대낭비 요인 중 하나인 CT, MRI, PET 등 의료기기에 대한 통제역시 불가능하게 됐다.
범국본은 정부가 추정한 의약품 협상 피해액이 연간 1천억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지나치게 축소된 액수라고 비판했다.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로 인한 피해액 연 5천800억원~1조원, 약가 적정화 방안 무력화로 발생할 기대이익 손실액 연 5천억원을 합치면 최소한 연간 1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4인 가구가 매년 10만원씩 더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위생검역 분야-
◇조류독감 닭, 광우병 쇠고기 반입 이면합의 = 위생검역 및 식품안전 분야에서는 한미FTA협상 4대 선결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했고, 유전자변형생물체(LMO)를 섬유와 맞바꾸는 빅딜을 한 사실이 밝혀졌을 뿐아니라 이번에 새롭게 ‘조류독감(AI)지역화와 육류검사시스템 동등성을 인정해준 문서까지 드러났다. 이러한 내용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내놓은 양해각서와 통합협정문 등의 정부측 비공개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범국본은 “정부가 한미FTA협상 막바지에 미국이 요구한 조류독감 지역화 개념을 적용하기로 하고, 미국산 가금육 수입과 관련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해 지역화를 적용할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수입위험평가를 개시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제시했다. 조류독감 지역화란 믹구 텍사스 주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경우, 텍사스만 빼고 나머지 다른 주의 닭고기는 모두 수입하라는 조치이다. 그러나 조류독감은 철새가 옮긴다는 사실을 세계보건기구에서 지적하고 있듯 특정지역의 가금류만 배제한다고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이 양해각서에는 육류와 가금육 작업장 승인시 미국의 검사시스템의 동등성을 인정하는데 동의한 사실도 포함돼 있다. 양해각서에는 “미국은 믹구의 쇠고기 작업장에 대한 검사시스템이 한국과 동등함을 인정할 것을 요청했고 한국은 2007년 5월 예정된 미국에 대한 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 위험등급 평가에 따라 협의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상표 식품위생 및 광우병 안전연대 대표는 “동등성을 인정하면 검역이 완전히 풀리는 것”이라며 “미국의 요구는 미국내 쇠고기 수출작업장 승인을 한국정부가 개별작업장 별로 승인하지 말고, 미국이 승인하면 무조건 ‘안전하다’고 인정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협정문 공개이전부터 논란이 됐던 광우병 쇠고기 수입문제와 유전자조작생물체(LMO)문제에 대해서 범국본은 사전예방의 원칙을 무시한 것으로 평가했다. 임지애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환경과 식품은 오염이 발생한 후 오염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막기 위한 노력이 안전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양측의 초안이 담긴 통합협정문을 대조해본 결과 위생검역분과 협정문과 관련된 8개 세부쟁점 중 목적, 적용범위, 정기적 기술회의 개최여부, 위원회 설치여부 등 6개는 미국의 요구가 그대로 관철됐으며, 1개는 양국 입장을 절충했으나 사실상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농업분야-
◇ FTA 역사상 유례없는 관세철폐= 정부조차 가장 큰 피해로 꼽고 있는 농업분야 협상과 관련해 범국본과 국회 비상시국회의는 “우리 농업과 농촌의 해체 위기를 몰고 올 파멸적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한미FTA는 쌀을 제외한 전 품목 관세철폐라는 FTA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신기록을 수립했다는 것이 가장 먼저 지적됐다. 1531개 품목 중 16개 품목인 1%만이 예외 품목으로 인정된 것. 이는 미호주FTA에서 미국이 19%를 예외품목으로 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에서 캐나다가 3.4%를 예외로 한 것보다도 강화된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농업 피해를 예상하고 나름대로 긴급수입제한조치(SG) 등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세이프가드 역시 무용지물로 드러났다. 한미FTA 협정문 공개된 25일 세이프가드 발동이 1회로 제한된 조항이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농산물 특별긴급수입제한(ASG)도 주요 품목이 관세철폐기간이 종료되면 발동할 수 없게 되거나 일부 품목은 2~3년이 더 지속되어 결국 ASG발동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또한 정부는 육류도매업과 육우사육업 관련해 협상 초기에는 유보항목으로 뒀으나 협정문 부속서에서 이들 부문에 외국인 투자 50%를 인정하기로 한 사실이 밝혀졌다. 육류도매업에 미국의 거대 자본이 들어올 경우 수입 축산물 최급은 물론 국내산 축산물도 취급할 수 있다는 점과 미국이 생우 수입관세는 즉시 철폐되도록 하고 있어 미국산 생우를 수입해 한국에서 일정기간 사육한후 유통시킬 수도 있는 문제라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범국본과 시국회의는 20조원을 지원하는 미국의 농업 보조금에는 정부가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농협 자회사가 농민들에 대한 지원사업을 전면 금지한 것 등도 주요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향미 기자
제6호 3면 2007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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