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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풀뿌리

흰꼬리진달래 속살 열다

울진 구수곡 절벽 틈새에 빼곡

땡볕에 무슨 진달래가 피느냐고? 6월 초순을 훨씬 넘겨야 흰 속살을 환히 드러내는 꽃, 흰꼬리진달래가 울진 구수곡 절벽에 한창이다. 흰꼬리진달래의 학명은 ‘참꽃나무겨우살이’이다. 그러나 ‘흰꼬리진달래’ 혹은 ‘꼬리진달래’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린다. 경북과 강원도 충청도 일원에서만 자생하는 진달래과 쌍떡잎식물이다.

남효선 기자

유월, 쨍쨍한 땡볕 속에 흰꼬리진달래가 속살을 열었다.


그러나 세 지역 아무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 아니다. 경상도에서는 울진, 울진에서도 구수곡과 불영사 입구 계곡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종이다. 평지나 야산 어디에서나 뿌리내리는 진달래와는 달리 흰꼬리진달래는 평지보다는 절벽 틈새를 좋아한다. 깎아지를 듯 가파른 암벽의 틈새에 뿌리를 박고 사철 녹색의 잎사귀를 피우다가 땡볕이 내려쪼이는 유월에 흰꽃을 피운다.  

남효선 기자

여러 꽃봉오리로 갈라지기 전 피워올린 첫 봉오리.

남효선 기자

처음 피워 올린 꽃봉오리에서 다시 갈라져 피어난 꽃봉오리. 보통 20여 송이로 갈라진다.

진달래라는 이름말을 달고 있지만 잎사귀의 모습이나 꽃잎의 모습은 일반 진달래와는 사뭇 다르다. 잎은 어긋나고 윗부분에 3∼4개씩 모여 달리는데,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의 타원꼴이며 진한 녹색이다. 겨울에도 꽃잎이 떨어진 꽃받침을 그대로 살려놓은 채 녹색 이파리를 털지 않고 추운 겨울을 난다.

꽃이 피는 시기도 진달래가 피는 3월을 훌쩍 넘겨 6월이 지나서야 천연덕스럽게 우윳빛의 말갛고 고운 꽃을 피워낸다. 꽃도 그저 피워내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솔잎눈처럼 노르스름한 꽃망울을 내밀고 이어 이 꽃망울이 또 여러 개의 꽃망울을 터트린다.

남효선 기자

구수곡에 오면 물이 옷벗는 소릴 듣는다

남효선 기자

물푸레나무는 하늘 길을 열고 물푸레잎사귀가 거른 땡볕은 고양이털처럼 부드럽다.


여러 개의 꽃망울은 한동안 햇볕 속에 숨죽여 있다가 낱개의 꽃망울에서 제각기 꽃송이를 피운다. 얼핏 보면 한 송이 같으나 들여다보면 낱개의 꽃망울이 제각각 피어나 한데 어우러져 있다. 한 꽃봉우리에서 보통 20여 송이의 꽃을 피운다. 한 몸에서 갈라져 각각 피어 다시 한덩어리를 이루는 모양이 영락없는 민(民)의 심성이다.  

흰꼬리진달래가 꽃을 피우는 모습은 흡사 민초의 성질을 닮았다. 한 몸에서 나와 제각기 또 다른 몸을 만들고 이윽고 제각각 꽃을 피워내는 것이 흡사 우리네 할머니를 영락없이 빼닮았다. 핍진한 노동과 가난 속에서도 수태하는 대로 생명을 낳고 길러 세상에 보낸 할머니의 힘.

남효선 기자


땡볕, 울진 구수곡을 따라 오르면 물이 옷 벗는 소리 가득하다. 물이 옷 벗는 소리에 화들짝 흰꼬리진달래가 속살을 열고 바람은 가슴을 슬쩍 지난다. 하늘을 가리는 물푸레나무 잎사귀는 제 몸을 온통 내맡겨 쨍쨍한 햇살을 거른다. 물푸레나무 잎사귀가 거른 햇살은 고양이털처럼 부드럽다.

유월, 이 땅은 시민의 손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기리는 함성으로 달아오르고 울진 구수곡은 이들을 닮은 흰꼬리진달래의 함성이다.

남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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