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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문화

"진보·현실 운동이 대안"

참여사회연구소 기획강좌 [1] _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대한민국은 민주국가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과거청산 한 것 같기도 하고 안한 것 같기도 하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 프로그램의 대사가 아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지난 29일 참여사회연구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사 기획강좌의 첫 번째 강연에서 한 말이다.  

역사의 부정적인 면만 강조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한 교수는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역사에서 찾다보니 과거의 문제들만 지적해온 것일 뿐, 개인적으론 역사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는 없어도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는 김광규 시인의 글을 인용해 학자로서 역사를 마주하는 자세를 보여주며 강의를 시작했다.

비판적 현대사 분석 이유

한 교수는 ‘대한민국사, 좌절의 역사인가 희망의 역사인가’란 주제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살펴보자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었다는 헌법을 주목했다. “법통을 계승했다는 것은 인물과 정책 계승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텐데 임정의 대표였던 백범 김구 선생은 남한만의 정부에 절대 찬성하지 않았고, 임정의 건국강령은 주요산업 국유화, 무상교육, 파업의 자유 등 지금도 무의식중에 빨갱이라고 생각할 만한 내용들이었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임시정부가 아니라 미군정을 계승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친일파 청산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친일잔재청산을 못했다가 아니라, 청산을 해야 한다고 말했던 민족적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친일파에게 역으로 청산을 당해버린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었다. 49년 남로당 프락치 사건과 반민특위의 좌절, 백범 선생의 사망까지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결코 독립적인 일들이 아니었다. 역청산을 이루고자 한 친일파들에 의해 자행된 의도된 역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교수는 정부 수립 단계부터 좌절의 역사가 돼버린 대한민국이었지만 그래도 민중의 힘은 대단했다고 평가했다. 민주주의 인프라가 없이도 학생들은 4&19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을 하야시켰고, 이후 군부독재의 감시 속에서도 치열하게 민주화를 위해 싸운 저력이 87년 6월 민주항쟁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교수는 “6월 항쟁 이후 20년 간 대한민국에 변화의 기회가 적어도 세 번은 있었는데 그것을 모두 놓친 게 안타깝다”고 했다.

6월 민주항쟁 직후가 바로 그 첫 번째 기회였다는 설명이다. 당시 민주화운동 진영에선 직선제를 외치면서도 군부세력이 쉽게 직선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리란 생각에 그 다음을 준비하지 않았다. 결국 운동진영만 분열되고 만 것이라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대의 강조한 운동은 사멸

그 이후의 기회는 IMF 외환위기 때였다. “IMF가 시장경제원칙대로 봐주지 말고 재벌, 관료를 개혁하라고 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위기탈출강박증 때문인지 하질 않았다”며 “그 결과 재벌과 정부는 신자유주의개혁의 전도사가 됐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을 세계화의 길로 밀어넣고 있다”고 한 교수는 말했다.

세 번째 기회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이었다. 한 교수는 “탄핵 이후 열린우리당은 탄핵 이전보다 3배에 가까운 152석을 차지해놓고서도 겨우 사립학교법개정안 하나 만을 통과시켰을 뿐”이라며 “탄핵에 앞장섰던 수구 세력을 분리수거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민주화와 함께 동시에 진행된 산업화로 한국은 자본주의가 민주적 절차를 힘입어 사회에 뿌리깊게 정착해버렸고 그 결과 민주주의의 기본인 1인1표제가 아니라 1원1표제의 사회가 됐다고 한 교수는 우려를 표명했다. 자본을 가진 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되버렸다는 것이다.

진보만의 대답 만들어야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되고 있는 사회양극화 현상이나 이주노동자 문제 등 6월 민주항쟁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들에 대한 진보세력만의 대답을 만들어내야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며 한 교수는 특히 “새로운 시대에 80년대 운동진영처럼 대의, 당위성만 강조해서는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없다. '이런 문제를 고치면 당신에게 어떤 이익이 된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운동을 벌여야 할 때이다”라고 강조했다.

참여사회연구소가 기획하고 있는 '대한민국사 5가지 쟁점' 강좌 첫번째 시간에 참석자들이 한홍구 교수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이날 강좌에는 시민단체 활동가 뿐 아니라 공무원 연수생, 언론사 기자, 퇴직 공무원 등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해 활발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다음달 4일에는 ‘식민지 경제는 대한민국을 근대화시켰는가’란 주제로 허수열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설 예정이다.  

전상희 기자

 

제6호 12면 2007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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