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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정치

"월권, 독소조항 수두룩 '경악'"

한미FTA범국본, 국민검증 시작

정부가 지난 25일 한미FTA 협정원문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가운데 한미FTA 반대진영이
국민검증에 돌입했다. 한미FTA 저지 범국본은 지난 25일 민주노총 9층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양국이 공개한 협정문에 대해 정책자문단이 약 3시간동안 긴급 분석한 내용을 중심으로 분야별 ‘약평’을 진행했다.

◇협정원문은 ‘월권 거래의 산물’=사회를 맡은 박석운 범국본 집행위원장은 “미국은 오늘 700여명의 민간자문단 검토보고서도 함께 발표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 정부는 한달 반동안 민간전문가들의 검토도 받지 않은채 한미FTA 최종 서명까지 불과 35일 남겨놓고 협정원문을 공개했다”고 미국과 대별되는 우리 정부를 강력 비판했다.

김상택 기자

한미FTA범국본은 25일 오후 서울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협정문 공개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범국본은 “정부가 뒤늦게 공개한 협정문은 국민과 국회가 합의한 적 없는 ‘월권적 거래산물’이며 국민 대두수를 피해자로 만들 ‘내주기 협상의 증거물’이라고 규정했다. 이후 범국본은 각 분야별 협상결과를 평가하고 그 문제점을 낱낱이 제기하는 릴레이 분석평가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자동차·개성공단 얻은 게 뭔가=정부는 자동차 관세 2.5% 즉시 철폐를 받아냈다고 주장하지만 협정원문 확인 결과 관세철폐의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국본 정책자문단장을 맡고 있는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부속서 22-나 에도 나와 있듯이 정부가 자동차 부문에 대한 ‘특별 신속분쟁해결 절차’를 도입한 데 대해 대표적인 터무니없는 합의”라고 일축했다. 특별 신속분쟁해결절차 조항은 ‘자동차 관련 양허 위반시 또는 기대이익의 무효화 침해시’ 경우에 따라 2.5% 관세철폐를 회수할 수 있는 ‘스냅 백’조항이 발동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스냅 백 조항이 ‘협정이행의 안전핀’으로 ‘심각한 위반’의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설명했지만, 협정문 확인 결과 매우 광범위한 부분에 적용되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는 한미FTA타결 이전에도 자동차부분의 ISD(투자자국가소송제)라 불릴만큼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적된 바 있다.

개성공단 역시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에 대한 규정을 보면 환경·노동 관련 기준이 국제 규범을 적절히 참고한다고 되어 있어 그동안 논란이 된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을 참고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특히 이해영 교수는 “역외가공지역의 결정사항은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즉각 구속력을 발휘하는 게 아닌라 미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원산지로 인정된다”면서 “개성공단이 미국의 대북한정책에 편입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지재권·의료분야 독소조항=지적재산권 분야와 관련해서 남희섭 변리사는 “협상 결과만으로도 특허법을 비롯한 국내 법률 10개를 개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는 김종훈 대표가 한미FTA로 인해 개정이 필요한 국내 법률이 20개라고 했는데 거의 절반에 해당된다”고 꼬집었다.

의약품 지재권과 인터넷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기존 FTA에는 없는 새로운 형태의 권리 강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인터넷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협정 18장의 부속서한(온라인 불법복제 방지)을 보면, “무단 저작물의 유통이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겠다”는 내용이 있어 네티즌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남 변리사는 “이렇게 되면 모든 포털과 인터넷 사이트가 대상이 되며, 개인이나 회사 뿐 아니라 개발자까지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어 기술개발을 저해할 위험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및 의료기기 분야와 관련해서도 국민건강을 위해 기업의 이익을 규제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석균 보건의료대책위원장은 “의약품 가격 결정에 있어 ‘A7 최저가 보장’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정
부의 설명과는 달리 ‘경쟁적 시장도출’ 가격의 보장을 명문화함으로써 사실상 선진국 평균약값을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을 수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약품 특허관련 협약은 전 세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이 특허권을 강화한 협약임이 드러났다. 우석균 대표는 “자료독점권의 경우 정부는 추가특허연장 효과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지만 협정문의 내용대로라면 개량신약 개발이 늦어짐으로써 복제약 생산이 늦어질 뿐 아니라 이미 복제약이 생산된 제품조차 새로이 특허권 연장을 가능하게 하는 독소조항이 들어있다”면서 “이는 미국의 신통상정책에서조차도 독소조항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세이프가드 발동 ‘1회’로=농업분야에서는 농산물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발동의 실효성이 없음이 드러났다. 이는 이미 농업분야 청문회에서도 지적됐지만 이번에 추가로 밝혀진 것은 농산물 세이프가드의 발동 ‘횟수’가 도마에 올랐다.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그동안 농산물 세이프가드를 미국으로부터 인정받았다고 홍보해온 정부는 세이프가드 해당 품목이 30개 품목에 한정되며 나머지의 경우는 ‘1회’에 한해 발동한다는 유래 없는 독소조항을 받아들인 사실을 은폐했다”고 밝혔다.

또한 윤 교수는 “농협이나 우체국, 수협 등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은 한미FTA의 예외라고 알고 있었으나 부속서 13-나를 보면 3년 이내에 우리나라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이 금융감독위원회의 규제 대상이 되도록 한 것으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쇠고기 및 위생검역(SPS)분과에서는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양자간의 위생문제를 다루기 위한 ‘위원회’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미국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된 것”이라며 “그동안 국제수역사무국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독자적으로 전달했으나 위원회를 수용하면 독자협상은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충법률도 빠진게 수두룩=정부는 한미FTA 상세 설명자료를 통해 50여개에 이르는 법령 개정사항(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포함)을 함께 공개한 바 있으나 이는 매우 축소된 것이라고 지적됐다.

범국본 대외협력부장을 맡고 있는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정부는 금융정보의 해외이전을 한미FTA 협정 발표 2년 후부터 허용하기로 해 그 기간 동안 국내 제도 등을 정비하기로 했지만 법률 개정 목록은 함께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태호 처장은 “개성공단 한국산 인정받지 못할 경우 북한과 합의한 4개 합의서 등도 제구실을 못하게 되며, 자본시장통합법, 외국인투자촉진법 등도 한미FTA로 인해 국내 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향미 기자

 

제5호 4면 2007년 5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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