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원 전 부안독립신문 편집국장 moonbw@gmail.com
제4호 18면 2007년 5월 21일자 |
시민사회신문에 바란다[3]
새 신문을 창간한다는 건 고난의 연속이다.
우선 수억 원 규모의 종자돈을 모아야 한다. 꼬리표가 덜 붙은 자본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았겠지만 결국 자신의 쌈짓돈을 털어 넣었을 것이다. 손익분기점을 넘기까지 먹고살 만큼은 모아야했겠지만, 돈이 어디 그리 만만한가. 창간은 냅다 해치웠을지라도 종자돈 말라가는 소리에 머리카락이 쭈뼛 섰을 터.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위를 포복하는 기분일 것이다.
돈 뿐이랴. 취재·사진·편집 등을 책임질 실력 있는 기자들을 모으고 광고·운영 인력도 포진시켜야 한다. 지면 기획과 편집 틀을 잡으며 차별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한다. 거기다 관점의 일관성을 위해 사안마다 소통에 소통을 거듭했을 것이다. 광고는 광고대로 쉬웠을까. 신생 언론사가 겪는 수업료는 만만한 게 아니다. 하얀 밤을 그렇게 꼴딱꼴딱 새지 않았을까, 3년 전 부안독립신문을 창간했을 때처럼 말이다.
왜 이런 ‘미친 짓’을 자원했는지 불가해한 노릇이지만, 진보언론 밥을 먹기로 작정한 데서부터 사달은 난 셈이다. 미치기(及) 위해 더 미칠(狂) 궁리를 하는 게 <시민사회신문>이 사는 길이란 생각으로 몇 말씀 드리고자 한다.
더 미칠 궁리하라
무엇보다 좋은 기사를 많이 써야 한다. 몇몇 기사는 진보언론의 신화로 회자되어야 한다. 신화를 만든 기자와 신화를 만들지 못한 기자 사이에는 세상을 보는 담대함의 차이가 있다. 신화란 무엇일까. 좋은 기획을 해낼 수 있는 역량이며, 완성도 높은 기사를 써내는 일이다. 지리멸렬한 운동의 의제를 풍부하게 만드는 기획기사일 수 있고 대놓고 터뜨리는 폭로기사일 수도 있다. 깊은 취재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고, 성역을 파괴하며, 파고 또 파서 부조리의 실체를 드러내는 심층취재, 탐사보도 관행이 뿌리내리면 좋겠다. 기자는 큰 기획기사 하나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쑥쑥 자란다. 이들이 전문기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건 사회적 자산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둘째, 운동 내부의 비판에 가혹해야 한다. 기자의 시각으로 보자면, 운동 진영엔 손대면 ‘톡 하고 터지는’ 정도가 아니라 ‘푹 하고 쓰러질’ 것들 천지다. 내부로부터 망조가 들지 않으려면 내부의 자정 노력이 우선이다. 매체만큼 훌륭한 자정장치는 없다. <시민사회신문>이 홍보지나 대변지의 위상을 넘어 언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다. ‘진보의 위기’ 같은 기획을 「경향신문」이 선점한 것은 부끄러운 일 아닌가. 이제 알량한 ‘우리 편’ 논리는 접자. 진정한 옹호란, 기사를 쓸 때 ‘우리 편’을 잊는 일이다.
내부 자정 힘 쏟길
셋째, 손익분기점을 빠르게 넘어서는 게 중요하다. 손익분기가 지체되는 만큼 구성원들 모두 힘든 세월을 견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창간 초기에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좀더 넉넉하게 축적해야만 손익분기에 대한 극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많은 분들의 동참이 필요한 대목이다.
넷째, 유가 부수를 늘리는 일은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구독은 수익의 논리만이 아니다. 신문을 구독하는 것은 <시민사회신문>의 논리를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뻔뻔하리만치 구독을 독려해야 한다. 하지만 낯두꺼워 될 일만은 아니다. 구독이란 결국 좋은 기사가 담긴 신문, 상품으로써의 교환가치가 있는 신문이란 전제가 받쳐야 한다. 힘겹겠지만 기자들과 데스크의 분발을 당부 드린다.
마지막으로 운동 진영의 변화도 필요하다. 시민의신문의 교훈은 무엇인가. 공공의 자산이어야 할 진보언론이 대표자 한 사람의 부당한 행위로 공멸했다는 사실이다. 언론사는 주식회사 법인이다. 내부 지분과 의사결정 구조에 눈떠야 함을 반증한다. <시민사회신문>을 100년짜리 신문으로 키우고 싶다면 홍보지로 이용할 생각은 버리고, 단 한 푼이라도 주식을 사 건강한 지분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어떡하면 과거의 악습을 반복하지 않을까.’ 진보언론에 발을 담근 사람이라면 자유로울 수 없는 이 질문으로 <시민사회신문>에 연대와 지지의 뜻을 대신하고자 한다. 모쪼록 고단하기 짝이 없는 창간 작업을 마다않고 뛰어드신 분들의 건강과 건필을 빈다.
사업자 정보 표시
시민사회신문 | 설동본 | (121-865) 서울 마포구 연남동 240-6 504호 | 사업자 등록번호 : 105-20-38740 | TEL : 02-3143-4161 | Mail : ingopress@ingopress.com | 통신판매신고번호 : 서울아02638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
'News/시민사회' Related Articl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