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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정치

"한국, 세계화 덫에 갇혔다"

긴급 좌담 - 정부의 동시다발 FTA 추진 어떻게 볼것인가

시민사회신문은 한EU FTA 1차 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지난 10일 ‘정부의 동시다발 FTA 추진, 어떻게 볼 것인가’란 주제로, 이해영 한신대 교수와 남희섭 정보공유연대 대표, 전소희 공무원노조 대외협력부장을 초대한 가운데 좌담회를 열었다. /편집자

 

연구윤리 의심스런 국책연구소들

 

사회자: 오는 20일 ‘판도라의 상자’라 할 수 있는 협정 원문이 공개된다. 어떤 내용이 공개될지 예상한다면.

 

이해영: 협정문이라는 것이 아주 교묘하게 비틀고, 추상 수준이 높기 때문에 아주 폭발적인 것은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부속서의 경우 100% 공개된다면 폭발적일 것이라 본다. 그러나 부속서는 공개 안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원하지 않을 것이다. 협정문이 공개되면 ‘카더라’ 수준이 아니라 확실한 조문에 근거해서 잘못된 부분을 짚어낼 수 있기에 한미 FTA 싸움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협상 결과와 관련 최근 조성된 국면을 보면 초대형 국책 사기극이라 볼 수 있다. 최근 11개 국책연구소에서 발표한 연구 자료를 보면 이런 식의 조작을 할 수 있는지, 과거 황우석 사건처럼 기본적인 연구 윤리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전소희: 공공서비스 관련해서는 굉장히 교묘한 방식으로 사실상 열어놓고 있기 때문에 부속서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역시 확인할 길이 없다. 범국본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이 평가하고, 규정한 것 외에는 달라질 것은 크게 없다고 본다.

 

남희섭: 협정문이 공개되면 싸움의 방식을 바꿔야 할 것으로 본다. 왜냐면 그동안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유리한 쪽으로 포장해 왔다. 사실 법률도 마찬가지, 어느 일반의 이익을 더 반영했다고 하더라도 그 협정문에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외교 용어로 '건설적인 모호성(Constructive ambiguity)'이란 표현이 있다. 해설하기에 따라서는 양쪽이 다 이익이 되는 것처럼 표현된다. 그런 모호성이라는 것은 공격적으로 활용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이익을 더 취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미국의 경우 미국통상법이 신속 협상 권한을 행정부에 주고, 의회는 예스인지 노인지 결정만 한다. 그러나 타결 뒤 의회에 통보한 후에 검토기간 동안 고친다는 것이다. 협정본문을 못 건드니까, 부속서로 들어가든 양해(Understanding)로 들어가든 수정이 가해진다. 그런 부분을 잘 확인해서 텍스트로부터 끄집어낼 수 있는 진실을 파악해야 한다.

 

협정문 이면 파악과 담론 조성

 

전소희: 한편 협정문이 공개되면 협정문 자체의 팩트를 놓고 그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이면과 배경도 봐야 한다. 어느 산업이 몇% 피해를 보느냐는 식의 수치적 계산보다는 그 이면에 거시경제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 언어로 이야기하는 게 필요하다.

 

이해영: 적절한 지적이다. 한편으론 미시적 대응도 필요하다. 미시적 차원에서 협정의 조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미시적 대응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정책자문단 등 전문가들의 준비된 역량도 있다. 특히 협정문이라는 게 계약서이기 때문에 글자 한 자에 따라서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 거시적 대응도 필요하다. 단순한 문구의 문제라기보다는 ‘FTA가 필요하냐’란 차원에서 대응담론을 만들어야 한다. 그럼 ‘FTA 말고 대안이 뭐냐’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데, FTA 말고도 길은 많다. 시대적 필연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통상절차법 마련 시급”

 

이해영: 한국경제는 현재 세계화의 덫에 딱 걸렸다. 자본의 논리나 시장의 논리에서 보더라도 세계화의 덫에 걸려들었다. 우리 자동차산업이 그 본보기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경영을 주창하면서 한국 차가 2005년 기준으로 260만대 수출됐다. 그런데 2009년이 되면 해외 현지 생산물량이 270만대가 된다. 그런데 당장 제기될 수밖에 없는 고용문제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고, 동시에 FTA와 관계없이 세계화한답시고 나갔는데 FTA하면서 우리 경제 자체가 더 힘들어지는 아주 희한한 국면에 와있다. 자동차가 우리 경제의 주력 중의 주력인데 실익은 실익대로 얻지 못하고 아주 이상한 국면인 것 같다.

 

사회자: 앞으로 국회 비준이 남았다. 국회 비상시국회의도 있지만 우리 국회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지난 주 농업부문에 한해서만 청문회가 진행됐다. 거수기 역할만 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있는데.

 

이해영: 농업부문 청문회에서 참고인으로 지켜봤다. 성과도 있고, 한계도 있었다고 본다. 막상 뚜껑이 열리니까 한편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정부 측의 허황된 선전 논리들이 검증과정에서 여지없이 깨졌다. 그러나 여전히 미진한 부분도 남아 있다. 국회는 농업 쪽에 재협상 하자고 하는데, 정부는 재협상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거다. 사법권이 없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정부의 논리를 더 파고들지 못한다. 예를 들어 유전자조작생물체(LMO)와 관련해서 양해(Understanding)를 가지고 끌까지 회의록이라고 우기며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남희섭: 비상시국회의 정책자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국회 쪽은 거의 기대를 않는다. 쟁점별로 협정문을 보고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저렇게 비판이 들어가니까. 정부 공무원들도 우리가 단련시켜주는 측면도 있다. 미국하고 붙어 협상장에서 1년 넘게 학습이 돼 그런지 최근에 나오는 정부문서들을 보면 진화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국회는 그런 과정을 전혀 안 거치기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지도 모르겠다. FTA를 걱정만 할 뿐이지 연구하려는 자세는 안 돼 있다. 결국은 중간에 번역하는 작업을 많이 해야 한다. 협정문을 이해할 수 있는 대중의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결 과정과 내용을 검증할 제대로 된 절차가 없다는 비판이 있다. 현재로선 국회 비준만 되면 끝나는 게 아닌가. 통상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한데.

 

이해영: 그렇다. 체결권과 비준권을 대통령이 갖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을 바꾸지 않는 다음에는 바꿀 수가 없는 구조다. 체결과 비준에 대한 국회 동의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세기 가까이 체결 및 비준 동의권이 비준 동의권으로 축소 왜곡되어 왔다. 그래서 통상절차법을 만들자고 했으나 통상절차법이 국회에 4개나 계류 중이지만 언제 통과될지 어떤 모양으로 될지 현재로선 매우 예측하기 어렵다. 적어도 통상절차법이라도 올해 안에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시민사회도 상당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절차적 문제나 비본질적인 것을 가지고 말싸움할 필요는 없다.

 

 “FTA 잡탕국가 될 것”

 

사회자: 한미 FTA에 이어 한EU FTA 추진에 들어갔다. 한EU FTA 외에도 동시다발로 FTA를 추진해 우리나라를 동북아 FTA의 허브 국가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 혹자는 ‘성동격서’ 교란책이란 평을 하고 있다. 어떻게 보시나.

 

전소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하나로 끝까지 가보자는 태도로 밖에 안 보인다. 기본적으로 외통부 문서에도 나와 있듯이 동시다발 FTA의 핵심 배경은 한국자본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생산성의 한계, 자본 축적의 한계에 와있기 때문에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길밖에 없다. 허브니, 동북아 중심이니 하는 말은 그야말로 포장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동아시아를 둘러싼 정치적이면서 경제적인 헤게모니의 싸움이다. 미국의 헤게모니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중국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일본과는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한EU FTA 역시, 유럽연합이 제국주의적인 야심에서 벗어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유럽연합도 진출하는 것이다.

 

이해영: 동의한다. 그 전에 세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10세기 이래 세계경제사의 주기(롱 사이클)를 보자면 FTA는 세 번째 주기다. 직접 제국주의 단계가 있었고, 2차대전 이후에는 신식민주의로 넘어갔고 이제는 초국적 식민주의라고 하고 싶다. 한미 FTA는 한국의 초국적 자본과 미국의 초국적 자본이 상호 경쟁 연대(모순의 연대)하면서 양국의 일반 민중들이 자본 축적의 위기에 따르는 부담을 덮어쓰는 ‘제3의 롱 사이클’이라 볼 수 있다.

 

두 번째 차원에서 보자면, 자본 축적의 위기 국면을 타개하려면 새로운 돌파구로써 습득된 FTA라는 것으로 볼 때, 매우 잘못 짚었다고 본다. FTA를 통한 직접 효과는 관세 철폐인데, 초국적화가 이렇게 진척된 단계에서 관세 철폐는 의미가 없다.

 

굳이 효과를 따지자면 비관세 장벽이 문제다. 기본적으로 기왕에 있던 각종 규제 완화라는 명목으로 우리사회 공공성에 치명타를 줄 것이라 예상된다. 한미 FTA에 수많은 위원회가 만들어져 있다. 각 위원회는 기존의 행정 부처에서 가져온 권한의 일부를 떼서 갖다 놓은 것이다. 말 그대로 쉬운 말로 주권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SPS(위생검역)의 경우 기존에 농림부나 보건복지부에서 관할했던 것인데, 한미 FTA 위원회로 넘겼다. 각종의 이행을 위한 감독위원회, 낡은 식민 시대를 연상케 하는 각종 위원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한EUFTA와 관련해서 ‘FTA 허브’가 된다는 것은 웃기는 이야기다. ‘FTA 잡탕국가’가 될 것이다. 잡탕이 어떤 효과를 낼지 아직 면밀한 계산이 없기에, 밀어붙이는 것은 박정희주의의 산 표본이라고 본다.

 

기간산업 무너질 우려

 

이해영: 한EU FTA 관련해서 협정문이 어떻게 나올지 굉장히 궁금하다. 제일 큰 문제가 ‘상업적 고려’ 조항인데, 이게 어디로 튈지 예측이 안 된다.

 

전소희: 경쟁 분과는 이번에 안 하고 7월달 2차 협상에서 하기로 했다. 유럽연합 역시 이 부분이 추상적으로 나와 있다. 독점산업에 대한 정부 보호정책에 대해 경쟁분과에서 유럽연합이 차기 협상 때 아마 문제제기할 것으로 본다.

 

두 번째는 어쨌든 상업적 고려라고 된 것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이다. 정부가 모든 것을 민영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FTA가 특정시점에서 만났을 때 어떤 효과를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서비스 관련해서는 단지 FTA의 조항과 한국정부가 이미 진행하고 있는 민영화 정책과 어떤 식으로 맞물릴지 정확하게 짚어줄 필요가 있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한EU FTA의 경우 유럽연합은 ∼을 내주겠다는 방식으로 협상하겠다고 하고 한국은 ~를 제외하고 내주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서비스에 대해 더 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소희: 공무원노조의 경우 이 부분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유럽의 초국적 기업에서 이미 시도를 여러 번 했다. 현재 하수처리 부분은 아주 많이 들어와 있는 상태고, 상수도는 많이 넘보고 있다.

 

한미 FTA에서 별로 언급은 되지 않았지만 정부조달 부분이 특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정부조달은 지자체나 국가에서 상품을 조달하거나, 건설수주, 입찰 정도로 보고 있으나 그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모든 서비스까지 해당되기 때문에 지자체나 정부가 하던 각종 서비스도 외주 용역을 주면 개방의 문제가 되어 버린다.

국가 기간산업이라 할 수 있는 정부조달의 경우가 이런 식으로 교묘한 방식으로 단계적 사유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남희섭: 우리가 네거티브로 가자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인가.

 

전소희: 유럽연합 지침서를 보면 한편으로는 이것은 빼야 한다는 것도 있고, 다른 데 보면 WTO 방식과 같은 포즈티브 방식을 따른다고 하기도 한다.

 

이해영: EU가 다른 나라와 FTA를 하면서 네거티브 방식이나 래칫'(ratchet, 한번 개방하면 역행이 안되는 역진방지시스템)'이라는 방식을 받아들일 리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하고 네거티브 방식으로 해서 마치 뭘 잘한 것 같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한마디로 까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협상 전략 차원에서 이걸 내밀어서 다른 것을 얻어내겠다는 그런 생각은 할 수 있을 것이다. EU 입장에서 한국과 FTA하면서 네거티브 방식을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한EU FTA, 지재권 부문 특히 피해”

 

사회자: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보나.

 

이해영: 한EU 서비스 무역수지를 보면, 오히려 우리가 법률 회계 등을 포함한 전문직, 사업서비스에서 대(對)EU 적자가 대미 적자보다 훨씬 많다. 지적재산권은 대미적자가 20억 달러 수준인데 EU는 8억 달러 정도다. 그렇지만 사업서비스 분야는 우리가 EU에 훨씬 더 적자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EU 입장에서 본다면 지재권을 집중 공략하고, 전문직 서비스 분야에 대해 더 많은 개방을 요구할 것이다.

 

사회자: 다른 신문보도에 따르면, 지재권 관련한 부분에서 포도주처럼 지리적 표시(GI) 부분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하던데.

 

남희섭: WTO에서도 그쪽을 강화하겠다는 의견을 낸 곳이 유럽이었다. 지리적 표시는 농특산물이 특정지역의 기후와 풍토 등 지리적 요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경우 지명과 상품을 연계시켜 등록한 뒤 이에 대한 지재권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WTO의 경우 EU에서는 포도주만 공략했지만, 그 이후 치즈 같은 다른 낙농품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또 하나는 ‘지리적 표시를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인데, 예컨대 목록을 만들어서 EU가 한국에 통보를 하고 이의가 없으면 높은 수준의 보호를 해줘야 하고, 국제적으로 등록소를 만들어 거기에 등록한 것에 대해 보호해주겠다는 것이다.

 

이해영: 그렇게 되면 꼬냑이나 샴페인 뿐 아니라 걸려들 게 굉장히 많다.

 

남희섭: ~풍, ~스타일 이렇게 해도 다 걸리는 것이다. 샴페인은 프랑스의 상파뉴 지방을, 코냑은 프랑스의 코냐크 지방의 이름을 딴 것이다. 아마도 주류업계의 반대가 심할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구조조정 예고된 일

 

전소희: 피해를 주로 많이 이야기하는데, 한국의 이해관계가 있을 것이고,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있을 것이다. 대기업 같은 자본의 이해관계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스스로 해서 명실상부한 초국적 기업이 되고, 그 자체로서의 권력을 누리는 것이 한국 자본과 권력의 이해관계라고 본다. 피해 못지않게 기업이나 자본 입장에서는 분명 얻는 게 있다.

 

이해영: 핵심은 구조조정이다. IMF 핑계로 대규모 금융산업을 구조조정해서 수익성이 좋아지고 서비스가 좋아지지 않았냐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주인이 바뀌었다. 나머지 서비스 부분은 M&A가 상당히 많아질 것이다. 꼭지만 따먹고, 고용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자동차 쪽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기존 규모를 훨씬 넘어갈 것이다.

 

사회자: 10년 혹은 15년 뒤를 예측한다면?

 

이해영: 우리 사회의 상위 10%는 괜찮다고 본다. 나머지 90%는 죽었다고 봐야 한다. 사회 양극화가 가뜩이나 참여정부 들어와 소득 분배가 최악으로 가고 있는데 FTA로 인해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참게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항아리에 참게를 집어 넣어두면 한 놈이 살 거라고 기어 올라온다. 그 밑에 다른 놈이 붙어서 올라가는 놈을 방해한다. 결국 항아리에 갇혀 다 죽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위 경쟁사회라는 게 그런 것 아닌가. IMF가 권장하는 사회안전망도 그런 측면에서 나온 것이다. 다 죽으면 안 되니까.

 

 “참여정부, 87년 체제 계승 없었다”

 

사회자: 앞으로 시민사회 대응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전소희: 한미 FTA는 미국이라는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폭발적 대응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아세안 FTA에 대해 아무도 관심 없지 않나. 한EU FTA도 크긴 클 거라 보는데, 대응의 관점에서 보면 한미 FTA 투쟁을 하면서 그동안 FTA에 관심 없거나 몰랐던 사람들도 굉장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하나씩 막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다른 한편으론 FTA가 아니면 대안이 뭐냐는 것이다. 물론 공정무역도 좋지만. 공정무역의 범위를 넘어서야 한다. 그에 따른 전략도 나와야 할 것이다. 남미의 경우 자본의 통합만이 아니라 민중적 지역 통합을 한다는 목표도 가지면서 FTA라는 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물론 남미라는 특수한 지형과 역사가 있기에 그것만 보고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다. 어쨌든 지금의 국제적인 정세이기 때문에 우리도 그러한 시각이 필요하다.

 

이해영: 이제 FTA 문제를 민주주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 6월 항쟁 이후에 87년 체제가 20년 정도 이어오면서 87년 체제의 탄력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87년 체제의 내장된 모순들이 분출된 시점에서 87년 체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본다. 바로 2007년이 그러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6월 항쟁을 말로는 계승했다고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훼손했다. 포스트 87년 체제의 성격을 ‘FTA, 신자유주의의 전일화’로, 동시에 그것을 통해서 절차민주주의의 훼손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해서는 역사적 책임을 준엄히 묻지 않을 수 없다. 실질적으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있다. 퇴행적 민주주의의 원년이다.

 

현 정부가 FTA 추진 과정에서 반상회 동원, 각종 군부대 순회교육 뿐아니라 각종 집회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87년 체제의 정치적 핵심이라 볼 수 있는 것은 절차 민주주의이다. 절차 민주주의에서 실질적 민주주의로 넘어가지 못할 망정 오히려 절차 민주주의 자체를 현 정부가 배신했다는 것은 시민사회가 어떻게든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안적인 통상모델 만들어야

 

이해영: 다른 한편에서 보면 대안체제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진행돼야 한다. 공정 무역에도 여러 갈래가 많다. 총괄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결국은 우리가 시민사회 내지 민중진영이 이 개념을 재구성해낼 수밖에 없다고 본다. 대안적인 통상 모델, GDP 대비 70%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통상부분에 대한 민주적 개입 없이는 향후 경제민주주화도 요원한 문제다.

 

이는 실질 민주주의의 물적 토대다. 물적 토대를 공고히 하지 않고 실질 민주주의로 진화 발전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시민사회의 통상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고, 그에 대해서 최대한의 합의에 기반한 정착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그 시점이 올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사회자: 일반 시민들이 FTA에 대한 영향을 체감할 수 없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전소희: 범국본 내부에서도 얘기를 많이 했다. 타결된 뒤의 손익 계산서를 내고, 우리 식의 해석을 한 차례 했고, 공론화를 시킨 부분도 있다. 그것보다 조금 더 해설이 나올 필요는 있다. 어느 산업의 피해냐 이득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일반 국민의 삶에서 한번 더 해석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해영: 그것이 담론의 영역이다. 세계화가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보편적 과정의 정치적 표로 이어지고, 그러면서 흐름들이 바뀔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남희섭: 한EU FTA가 한미 FTA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그 연결 고리를 찾아내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본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일국의 문제를 뛰어 넘어 운동의 차원을 넓힐 필요가 있다. 

이향미 기자

 

제3호 4면 2007년 5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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