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남북정상회담'에 시민사회가 참여할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검토하는 공론장이 마련됐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20일 서울 안국동 여성인권센터 회의실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 시민사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란 주제의 집담회를 가졌다. 연대회의는 “남북 및 동북아 평화를 확고히 하는 과제의 중대함과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평화와 통일이 마치 일부 특정 단체들만의 운동으로 국한되고 시민사회운동의 중심 의제에서 배제되고 있는 현실 문제를 진단하고, 국민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시민운동의 바른 방향과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며 개최 배경을 밝혔다. /편집자
통일 이후 남북시민사회 관계 선 모색
부문·개별 넘어 남북문제 자기 의제화
참석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군축, 비핵화 등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에 대한 능동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또 민간부문의 사회문화 교류협력을 위해 시민사회 역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특히 북한의 지속가능한 개발의 전제로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문제도 상봉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방안도 논의됐다.
한반도 평화체제 최우선 과제
토론은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본지 편집인)의 사회로,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정현곤 6·15 남측위원회 사무처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유정길 평화재단 기획실장, 민만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장, 이승환 민화협 집행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정상회담 의제 가운데 ‘평화체제’와 ‘통일방안’에 대해 먼저 논의가 시작됐다. 이승환 민화협 집행위원장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 사이에 실종된 평화의제를 복원하는 자리가 돼야 하며, 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회담이냐, 통일회담이냐 2분법적 구분은 의미가 없다.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어느 것은 되고, 어느 것은 안된다는 것은 불필요하다. 보수진영에서는 통일방안에 대해 논의하면 안된다는 분위기지만 6·15 공동선언 2항에서 제시하고 있는 연방제 논의가 진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통일방안이 구체화될 지는 미지수이다. 남측 정권이 5개월 남은 정치상황 등을 비춰봤을 때 내적 합의를 이루기는 실질적으로 힘들다고 본다. 다만 남북관계를 논의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드는 수준으로 정리될 것이라 보인다”고 예상했다.
유정길 평화재단 기획실장은 “한반도 평화선언은 상징적인 의미에서 중요하리라 본다. 국제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남북 교류협력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평화체제를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만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2차 남북정상회담이 속개되지 않는 상황을 겪었다. 정상회담이 1회로 끝나지 않고 안정화, 공고화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화문제나 통일문제가 특정 단체들만의 운동으로 국한되고 대중운동에서 실종되고 있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외교차원을 넘어 민간 교류가 확대 논의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정 주체만의 접근 극복
정상회담 이후 당국간 대화가 정기화 될 경우 민간통일운동 특히 6·15공동위원회 등 시민사회 교류가 어떻게 확산되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현곤 6·15남측위원회 사무처장은 “사회문화교류협력추진위와 같은 단위를 둘 것인지 이번에 제기 될 것이다. 현재 언론·방송·연극·체육 등이 논의되고 있고, 종교 교류도 이념문제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가고 있다. 이것이 제도화 될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정길 평화재단 기획실장은 “남한 내에서 일관된 정책을 펼 수 있는 협의체가 필요하다. 남한 내 통일된 기구가 정비돼 원칙과 틀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남윤인순 여성연합 상임대표는 “사회문화교류위원회에 여성문제와 관련한 여성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여성문제와 관련해 당국간 협의나 민간차원의 교류가 역시 확대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태호 처장은 ‘진정한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북측의 경우 민간부분은 여전히 통제된 부분”이라며 “북측의 실제적인 시민사회를 만날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승환 집행위원장은 “1년에 200명으로 제한된 상봉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서신왕래나 생사확인 등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판문점에 상설 면회소를 설치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승국 처장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의제 중 하나인 남북경협과 관련해 지속가능한 개발과 친환경적 방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처장은 “정상회담 후속작업으로 북측 생태계 보존방안과 환경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에 대한 기준과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에너지 지원과 관련해서도 중유나 경수로 지원보다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목했다.
그는 또 “개성공단 조성이 환경영향평가도 거치지 않은 채 진행되며 비무장지대의 수질오염 등이 부상하고 있다”며 “각종 개발사업과 관련해 남측에서 이뤄지는 기준과 절차들이 동등하게 북쪽에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정길 기획실장도 “지속가능한 밑그림을 그리고 교류협력의 원칙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경제적인 문제와 관련해 북측이 원하는 대로만 가서는 안되고 개발지원과정에서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만기 운영위원장은 “쉽지 않겠지만 북측과의 경제협력에 관해 조정할 수 있는 지속가능개발조정회의 같은 기구를 생각해볼 수 있다”며 “대중 속에서 문제를 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만이 아니라 여성·환경·교육 등 다른 모든 부분에서 ‘한반도적 구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류 원칙·통로 구체화해야
한편 이번 토론회에선 사회문화 교류 차원의 민간 공동협력체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자리였다. 6·16공동위 주관 8·15 공동축전과 같은 행사 중심에서 벗어나 교류의 ‘질적 변화’를 말하는 것이었다. 또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은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정책을 관철시켜 현상을 변화시키는 것인 만큼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정치사회의 책임성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목했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남북교류의 선택과 집중 방향이 무엇인지, 물리적 역량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고민할 때 변화가 가능하다”며 “이번 정상회담이 이를 위한 사회적 성찰을 가져오는 변화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마무리 했다.
제21호 6면 2007년 9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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