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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풀뿌리

주민 힘으로 외부시선 턴 ‘반송의 기적'

<시민사회신문-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기획>풀뿌리 시민운동 모범사례를 찾

 

"풀뿌리 운동의 확산과 발전을 위해선 모범사례 발굴이 우선이다." 최근 5~6년간 시민운동 전반에 걸쳐 풀뿌리 시민운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같은 인식 아래 5년전부터 지역의 우수한 풀뿌리시민운동 발굴 작업에 나서고 있다. <시민사회신문>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7월 전국 시민환경운동가대회에서 선정한 6개 풀뿌리 시민운동 모범사례의 현장 르포를 연재한다. /편집자

 

10년 풀뿌리운동 성과로 쌓은 ‘희망도서관’

 

지역사회 적극적 참여가 가장 큰 성과
시민운동 후속세대 양성의 밑거름 마련

 

'희망'이 영근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주민의 십시일반 모금으로 지난 4월 첫삽을 뜬 '희망도서관'이 10월 3일 완공을 앞두고 있다.

 

“주민들의 참여가 높은 점수를 주게 했다.”

5회 풀뿌리시민운동사례공모의 대상격인 풀뿌리상을 받은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희망의 도서관’은 거창한 구호로써의 참여가 아니라 주민들의 동네에 대한 작은 관심과 애정을 추렴해 일군 성과다.      

반송동은 영구임대주택의 입지 등 상대적으로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기 때문에 주위에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인식이 있었다. “전엔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반송 출신이라고 놀림을 받기 일쑤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민들 스스로도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길 원했고, 주변 지역이라는 침체된 분위기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희망세상을 비롯한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아 ‘어린이날 행사’나 ‘우리 마을 바로 알기’ 캠폐인을 펼치며 ‘내 마을' 인식을 확산시키려 했지만 언제나 남는 아쉬운 부분은 문화적인 인프라였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는 문화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고민을 하던 가운데 지난해 우연히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도서관지원사업 광고를 접했다. 동네에 따로 도서관이 없기 때문에 10평이라도 책을 읽을 공간을 확보하자고 시작한 일이 이젠 지하 1층, 지상 4층의 도서관 겸 문화공간을 만드는 사업으로 판이 커졌다.

처음엔 무조건 지역의 실업가들을 찾아가 “1억만 주시면 지역사회공헌사업에 쓰겠다”고 했다. 반응은 대략 난감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일하면 안되겠다.” 회원들은 거리로 나갔다. 그때가 지난해 12월. 부산에서는 맞기 힘든 눈오는 날. 어린이집 아이들을 과자, ‘슈퍼주니어 카드’로 ‘꼬셔서’ 모금단을 꾸렸다.

그리고 지난 1월에는 도서관 건립 염원을 담은 발대식을 개최했다. 일부 주민들은 대놓고 반대는 못하지만 조그만 동네에서 ‘생난리’라는 시선도 있었다. 그런 시선에 주눅 들면 벽돌 하나 쌓기 어렵다고 판단한 회원들은 발대식에 대거 동원(?)됐다. 주부 뿐 아니라 ‘좋은 아버지 모임’에 참가하는 아버지들은 월차를 냈다.

성대한 발대식을 치루고 ‘희망 도서관’ 프로젝트가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학교 학부모회, 청소년 관련 기관 뿐 아니라 구청장, 지역 국회의원도 도서관을 거수를 수 없는 대세로 인정했다.

이후 각지의 도움이 답지했다. 도서관의 설계는 부산 건축계에서는 꽤나 알려진 서금홍 박사가 무료 봉사했다. 또 구청에서 도움을 줘 동네에서 버려진 땅을 6천만원에 매입해 도서관부지로 쓸 수 있었다.

모금도 마찬가지. ‘좋은아버지모임’ 월례회 술값을 아껴 도서기금으로 내고 어린이집의 아이들은 돼지저금통을 털어 기금을 마련했다. 또 벽돌에 기부자의 이름을 새기는 ‘벽돌 한 장 기금’으로도 솔찮은 자금이 모였다. 반송이 속한 해운대구 차원으로도 모금운동이 확대됐다. 해운대의 달맞이로터리클럽, 아름다운가게, 21C 미래포럼이 알뜰장터를 개최해 공사비 마련에 정성을 모았다.

이렇게 소액후원자 1만3천명이 모금한 돈이 1억1천만원. 여기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삼성이 1억 1천만원의 인테리어와 도서비 등을 지원하고 문화관광부가 8천만원의 내부공사비를 지원한다.

이웃인 아랫 반송에는 도서관이 있지만 희망세상의 터전인 윗 반송에는 도서관이 없다. 그마저도 6시에 문을 닫는다. 희망세상에서 꿈꾸는 도서관은 ‘다용도’다. 편하게 책읽는 공간 뿐아니라 작은 연극이나 발표회를 할 수 있는 어린이, 청소년 공연장도 한쪽에 배치했다. 뿐만 아니라 여건만 된다면 결손 가정의 청소년들이 잠시 쉬어갈수 있는 쉼터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그리고 백화점식 프로그램 운영도 자제한다. “처음에는 프로그램을 많이 생각했는데 그렇게 한다면 홍보효과는 있지만 남는 게 별로 없을 것 같다”며 느리더라도 천천히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제1목표다. 학부모 도서 도임, 발표회 등을 하는 등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1~2층에는 영유아실로 하고 4층은 청소년실, 지하층에는 북카페로 운영한다.  앞으로 운영에 있어서도 가급적으로 관청이나 지자체에서 직접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 물주기회를 조직해 후원으로 도서관을 꾸려갈 예정이다. 도서만권 기증받기 릴레이 운동도 진행한다.

물론 도서관의 전문성을 높여줄 사서 채용 등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도서관의 도서도 부족하다. 하지만 지금도 조금만 정성이 도서관의 ‘희망’을 키우고 있다.  

10년 동안의 지역활동 성과로 만들어지는 희망도서관은 향후 10년의 지역운동의 기반 역할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희망세상은 이제 도서관을 바탕으로 지역에 보다 깊게 들어가는 지역운동을 꿈꾼다. 그러면서 동네를 살찌우는 지역운동가 2세대, 3세대가 나오는 것이 ‘희망세상’의 소망이다.


풀뿌리 자치의 시험대이자 작은 ‘기적’인 희망도서관은  10월 3일 개관한다.

 

심재훈 기자

 

제21호 12면 2007년 9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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