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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사회

'깜'도 안 된다던 의혹이 '쇼'를 하는 작태

[시민기자석]

 

신정아 신드롬을 지켜 보며 

지난여름 氣象學(기상학)에 대한 식견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알아 들을법한 ‘亞熱帶性 雨期’(아열대성 호우) 라는 생소한 용어 앞에 때 아닌 장마와 열대야로 밤새 시달리긴 했어도 막상 눈앞에 펼쳐진 풍성함이 묻어나는 가을의 문턱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 본다.

그런데, 또 다시 ‘나리’의 북상과 시시각각 발효되는 기상특보를 접하면서 정부미를 먹는 사람이기에 봄부터 결실을 준비해 온 농민만큼이나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필자가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지난주 일요일 먼 가족들까지 불러 모아 伐草(벌초)라도 끝마쳤다는 것이다.  

'호우주의보'가 내려 어제 밤 다른 날보다 늦게 퇴청을 하고, 다시 사무실에 나와 강우량 계측기를 보니 밤새 내린 비가 50여 mm이다. 컴퓨터 전원을 켜고 뉴스를 클릭하니, 얽히고 설힌 그렇고 그런 얘기들이 빼곡하게 올라와 있다. 이 놈의 세상은 뭐가 그리도 복잡하기만 하는 걸까? 또 포털 사이트마다 온통 ‘신정아’ 일색이다. 깜도 안 되는 의혹들이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버라이어티쇼를 하는 기분이다.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갈 길은 먼데! 또 빼앗긴 십년을 되찾겠다고 수구보수 세력들은 광고의 카피마냥 휴대폰을 바꿨는지 갖은 쇼를 다 하고 있는데!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이 마당에 텔레비전을 켜도 ‘신정아!’ 일간지를 펼쳐도 ‘신정아!’ 심지어 골든아워 시간대의 뉴스진행자의 첫 맨트가 ‘신정아’ 이름 석자로 시작된 지가 벌써 며칠 째이다. 귀가 사납고 눈꼴이 시릴 정도다. 

사건의 본질보다는 다소 이상한 방향으로 포커스를 맞추려는 보수언론의 보도행태 또한 속물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비춰지기에 아쉬울 뿐이다. ‘뭐! 姦通制(간통제)까지 폐지하자는 이 마당에 스물세 살 터울이 대수냐!’ ‘서로 좋으면 국경도 초월하는 게 사랑 아닌가!’ 라며 한 누리꾼이 남겨놓은 꼬리 글은 혐오감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이들의 모습은 ‘사랑’이나 ‘로맨스’라는 순애보가 아닌 ‘러브’와 ‘불륜’ 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통령을 모시는 측근의 한 사람으로서 권력을 이용해 제3자를 이롭게 했다면 職權濫用(직권남용)이요 그렇게 해서 국민의 혈세를 축냈다 한다면 공직자의 책무를 위반하고 품위를 손상케 했으니 엄연한 범법행위라는 것이다. 지켜 볼 일이다. 張三李四! 甲男乙女(장삼이사 갑남을녀)에 불과한 필자와 같은 사람들이 갖는 이번 ‘신정아 학력위조사건’에 대한 소회일 것이다.

문제는 ‘신정아’라는 여인이 ‘꽃뱀’ 행각을 벌였건 ‘변양균’이라는 고위 공직자가 꽃뱀에 놀아났건 나와는 상관도 없고 또 내게 직접적으로 손해를 입힌 것도 아닌데 발끈하고 씁쓰레하며 대다수의 국민들은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다. 또 속된 말로 꽃뱀에 말려든 장본인이 일국의 대통령 정책을 보좌하는 고위공직자가 아니라 서울역 지하도나 육교밑의 노숙자였다면 과연 그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돌을 던질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한낱 凡人(범인)에 불과한 필자와 같은 미관말직의 하위직들이 허탈감을 갖는 것은 고위공직자의 적절하지 못한 처신으로 공복으로서의 도의를 다하지 못한데서 오는 後遺症(후유증) 때문일 것이다.  선거정국이면 으레 쥐죽은 듯 숨죽여 살아야 하는 것도 억울한데 기강을 바로 잡겠다며 암행감찰에 수시 복무점검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엊그제는 일선 부단체장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하고 주지를 시켰다고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데, 왜 이리 호들갑을 떠는지!

또한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산적해 있는 민생관련 사안들이 묻히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남해안 특별법 제정이 그렇고, F1특별법 제정이 그렇다. 이랜드 사태에서 드러난 비정규직 문제는 어떤가? 뼈 조각은 예사고 이제는 통뼈까지 덕지덕지 붙은 미친 쇠고기를 좋던 싫던 들여와야 하는 한미 FTA 국회비준 문제는 또 어떤가? 대선과 맞물려 일정마저 짧은 정기국회 회기 내에 다듬고 처리해야 할 굵직굵직한 문제들이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조폭 수준을 넘어서 청부폭력배에 버금가는 H그룹의 대표에 대한 처분이 피해자와 합의를 했기에 집행유예라니! 탈세와 수백업의 회사 돈을 횡령한 또 다른 H그룹의 대표에게 내려진 처분이 고작 ‘社會奉仕命令’(사회봉사명령)인 현실을 지켜봐야 만 하고, 또 그런 부자연스러운 모습 앞에 목소리를 높여 보지만 ‘신정아 신드룸’ 에 묻혀야 하는 현실이 허탈감마저 들게 한다.

제 아무리 벗겨도 그 끝이 드러나지 않을 것 같은 속물들의 치부는 어디쯤에서 종지부를 찍을까? 또 ‘덜 예쁜 여자를 골라야 성심성의껏 베푸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라는 얘기를 ’인생의 지혜‘라고 까지 얘기하며, 정치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에 대한 검증은 또 언제 하고... 

먼저, 바른 소리만 듣겠습니다. 옳은 얘기만 하겠습니다. 떳떳히 나서겠습니다. 그리고나서 제 밥그릇을 챙기겠습니다. 공무원노동자 '양파사랑'입니다. 노동해방 세상을 위해 노래하렵니다.

이재광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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