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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사회

정통법, 표현자유권 침해

"노동자 입막음 구실"

 

정보통신부가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막겠다며 추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 결과 도리어 기업들이 개인 정보 삭제를 요청하면서 누리꾼의 표현권이 침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이랜드 계열사인 이랜드월드는 다음과 네이버 등 주요포털사이트에 게시된 파업관련 게시물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 게시물은 21일까지 정보접근에 대한 접근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임시조치’를 당했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정보인권 단체 등 시민사회는 정보통신망법이 재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통부는 아직 개인의 인권침해 우려가 크지 않다며 외면하고 있다. 

 

이랜드 관련 글 포털서 ‘임시조치’

 

다음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지난 14일 다음 아고라와 개인블로그에 올라있는 25건의 이랜드 파업관련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 다음은 같은 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고 21일 명훼훼손이 아니라는 최종답변이 돌아와 임시조치를 해제했다.

다음 관계자는 “이랜드 관련 건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청 당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내용은 이미 언론 보도된 내용으로 악의적인 명예훼손으로 보기 힘든 것이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무분별한 사이버 폭력근절과 피해자 인권보호 차원에서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허위사실과 진실은 명확히 구분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규정된 ‘정보삭제 요청’ 관련 규정이 이랜드 경우처럼 기업들이 비리, 고발 등 분리한 내용을 삭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또 정보의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삭제 요청을 받은 포털사이트가 해당 정보를 삭제한 후 통지만 하는 구조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높다는 것이 정보인권단체들의 주장이다.  

 

악용사례 확산 우려

 

현재 포털사이트의 삭제&임시조치는 지난 7월 27일 개정된 정보통신망이용및촉진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44조2항(정보의 삭제요청 등)에 따라 실시되는 것이다. 통신업자는 정보 삭제를 요청 받은 경우 삭제, 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이를 신청인과 정보 게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권리의 침해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임시조치를 취한 상태에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임의 조정신청을 해야 한다. 임시조치는 30일 이내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간사는 “언론사의 글을 퍼오더라도 서민과 노동자들이 올린 글은 임시조치 당할 수 있지만 언론사 사이트가 임시조치 당하는 일은 없다”며 “현재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서민들의 반론권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이 고발성 게시물에 대해 임시조치를 신청하는 악용사례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보네트워크 등 정보인권단체들은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에 이번에 문제가 된 정보삭제 요청 조항 뿐 아니라 인터넷실명제, 국가조안법 위반 게시물 삭제 등 독소조항이 존재하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해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통부 “양날의 칼”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는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태희 정보통신부 정보윤리팀 팀장은 “법 개정 이전에도 게시글 삭제 논란은 있어왔다”며 “법 개정으로 명예훼손 등 사생활 침해 문제를 제도권 안으로 포섭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인데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업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개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은 제도 시행에 따라 수반되는 양날의 칼이다”고 덧붙였다.

 

심재훈 기자

 

제18호 17면 2007년 9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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