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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문화

경계 넓힌 '선-녀' 만나다

여성사전시관 특별기획전

 

진혜대사, 허난설헌, 김만덕, 빙허각 이씨, 윤희순.

이들 다섯 명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것을 눈치 챈 사람은 더 드물 것이다. 여성사전시관의 2007 특별기획전인 ‘선-녀傳: 경계를 넓힌 여인열전’의 주인공들이다. 여성사전시관은 역사 속 여성인물들 중 시대적, 지리적, 신분적 경계를 뛰어넘고 생각과 학문의 영역을 넓힌 여성들을 찾아 ‘선-녀’로 선정했다. 용기와 열정, 지혜로 자신을 가로막고 있던 당시의 ‘선’을 넘었다는 의미에서다.

 

여성사전시관
선-녀傳: 경계를 넓힌 여인열전

과거와 현재 여성의 만남

여성사전시관은 “지금까지 인정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능력과 경험, 열정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역사 속 인물들이 꿈꾼 세상과 현재 여성들이 꿈꾸는 세상과 맞닿는 지점을 소개하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진혜대사는 고려시대 비구니로서 유일하게 대사라는 칭호를 받은 인물이다. 남편을 여의고 출가해 큰 깨달음을 얻고자 전국 곳곳으로 구도여행을 떠났다. 그의 여정을 커다란 지도로 표현한 최민지 작가의 ‘길’을 보며 관람객들도 진혜대사와 함께 구도여행을 떠날 수 있다.

다섯 명의 ‘선-녀’ 중 가장 널리 알려진 허난설헌은 주로 ‘홍길동’의 저자인 허준의 누이 정도로 기억되고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천재적인 재능으로 아름다운 유선시를 많이 남겼다. 그는 재능을 펼칠 수 없는 사회적 억압에 괴로워하며 여성들이 자유롭게 사랑하고 일하며 노는 이상세계를 시로 표현했다.

김성래 작가는 실리콘으로 제작한 실제 사이즈의 여체에 관람객들이 직접 깃털을 부착하며 선녀옷을 완성해가는 ‘선녀가 되다’란 작품을 선보인다. 또 허난설헌처럼 관람객들은 비치된 타자기로 시를 쓰거나 자신에게 편지를 쓸 수 있다.

여성의 시각에서 ‘일을 낸’ 인물

조선의 여성 CEO로 소개되고 있는 김만덕은 부모의 죽음으로 양인에서 기생으로 몰락한 신분을 스스로 되찾아 객주를 운영하며 큰 부를 쌓았다. 그는 당시 제주도에 닥친 흉년을 극복하기 위해 재산을 기부했고 그 공을 인정받아 정조가 상을 내린다. 당시 제주 여성은 육지 구경을 할 수 없다는 국법을 뛰어넘어 한양과 금강산 유람을 그는 요구했다. 김혜리 작가는 그의 전성기에 포커스를 맞춘 ‘만덕의 꿈’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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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의 꿈-김만덕                            손오공 F-빙허각 이씨                     선녀가 되다-허난설헌


이용후생을 강조한 실학자 집안으로 시집을 간 빙허각 이씨는 ‘규합총서’를 집필했다. 방대한 양의 참고문헌과 실험으로 여성의 노동을 학문의 영역으로 전환시킨 ‘규합총서’는 당시 여성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다양한 여성들의 삶의 기록했다. 김화용, 강연숙 작가는 그를 모델로 해 효도의자와 청소신발 등 여성발명가들의 발명품으로 무장한 ‘손오공 F'란 사진작품을 내걸었다.

윤희순은 ‘나라를 구하는 일에 남녀 구분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조선과 중국을 넘나들며 일본 제국주의와 투쟁한 최초의 여성의병이자 의병대장이다. 처음엔 시아버지와 남편의 의병활동을 돕는 수준이었다가 무기와 화약을 제조하고 훈련을 지도하면서 의병가를 지어 널리 퍼트리며 적극적으로 의병활동을 펼쳤다. 래퍼 pk와 정소희 작가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윤희순이 현대의 여성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전은정 여성사전시관 학예연구실장은 “여학생들에게 역할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남성들이 이루었던 일을 여성들도 이루었다는 수준의 평가를 벗어나 여성의 시각으로, 여성의 필요에 의해 무언가를 해낸 사람들에게 가치를 부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의 컨셉은 ‘여행’이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입구에 비치돼 있는 여권을 들고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가며 역사 속 인물들과 만난다. 각 작품마다에는 도장과 스탬프가 준비돼 있어 스스로 여권에 찍을 수 있다. 전시를 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관람객들이 참가할 기회가 열려있다. 올해 12월 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예약만 하면 ‘선-녀’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부대행사도 풍성

한편 여성사전시관이 위치한 여성플라자 1층 큐브 전시실에는 ‘선-녀傳’ 부대행사로 8월 한달 동안 ‘선-녀 타로전’이 열린다. ‘다섯 명의 ‘선-녀’들을 포함해 역사 속 여성인물 22명을 주인공으로 22장의 타로 메이저 카드를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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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풍요-선덕여왕                             IV.권력-소서노                               VI.사랑-미실


풍요를 상징하는 네 번째 카드에는 신라의 태평성대를 연 선덕여왕이, 권력을 상징하는 다섯 번째 카드에는 고구려와 백제 건국의 주역인 소서노가, 사랑을 상징하는 여섯 번째 카드에는 신라 중기에 성과 사랑에 과감하고 능동적이었던 미실이 그려져 있다. 전시실 한 쪽 벽면에는 운명의 카드와 올 해의 카드를 찾는 방법도 적혀있어 관람객들이 직접 자신의 카드를 확인할 수도 있다.

 

전상희 기자

 

제15호 13면 2007년 8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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