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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이버들ㅣ에코에너지

노점상 아주머니의 고민

이버들_에코에너지 [12]

 

여름이면 양말 신는 게 답답하게 느껴져 샌들을 신곤 한다. 길거리에 진열되어 있는 예쁜 샌들은 여성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하고, 사람들이 신고 있는 샌들은 시원함과 상쾌함을 주곤 한다. 그러나 시원함을 주는 샌들이지만 간혹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불편한 샌들에 발이 길들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샌들 끈이 끊어져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길을 걷는데 샌들 끈이 끊어진 적이 있다. 길거리에서 어쩔 줄 몰라 당황하고 있는데 저 멀리 노점상을 하시는 아주머니가 부르셨다. 메마른 손으로 하얀 끈을 잘라 샌들을 연결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었다. 함께 앉아 샌들 끈을 묶으면서 의례적으로 요새 장사는 잘 되시냐고 여쭤보았다. 뻔히 어렵다고 답변하실 거고 정권에 대한 불만이 많으실 것 같기도 했다.

고유가에 시민 고통

그러나 예상 밖으로 아주머니의 가장 큰 불만은 낮은 경제성장률도, 부패한 정치인에 대한 것도 아니었다. 바로 기름값이었다. 하루 장사 해봤자 기름값으로 대부분 나간다며 한숨과 불만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이처럼 고유가에 따른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산업자원부는 그동안 정유업체들의 평균가격 신고로 결정되는 유류가격을 매출액과 판매 물량 등으로 사후에 파악하여 공시하도록 산자부 고시를 변경하였다.

시장모니터링을 통해 조사된 유류가격은 정유업체들이 신고한 1리터당 603.26원보다 40원 가량 낮은 563.32원으로 조사되었다. 정유업체들이 국민들을 속이고 폭리를 취해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

정유업체들은 공장도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주유소나 대리점에 판매했기 때문에 폭리가 아니라며 책임을 주유소나 대리점으로 넘기고 있고, 주유소나 대리점도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며 설왕설래하고 있다.

그러나 정유업체들의 눈속임이 가능했던 이유는 산자부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7년 유가 자율화 이후 정유업체 신고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던 산자부의 방만한 시장관리 실태가 이번 조사결과로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체계적 시스템이 먼저

또한 유류세 인하 여론이 높아지자 이에 대한 책임을 정유업체로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시장가격조사를 이용하는 것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만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정부가 소홀하게 시장모니터링을 해왔다는 점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약속이 우선순서다.

한편 정유업체 폭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산자부가 판단한다면 담합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나 세무조사를 통해 불공정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단속하고 공정한 시장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장체계를 만드는 게 합리적인 방침이다.


이버들 에너지시민연대 차장

 

제14호 12면 2007년 8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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