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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이재영ㅣ독설의 역설

이명박 부동산, 정책도 정치도 없다

이재영_독설의 역설 [12]

 

이명박 부동산에 대한 논란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번 대선은 ‘이명박 부동산’이라는 단 하나의 이슈로 진행되는 듯 하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박근혜의 유산이나 여권의 대선 구상, 민주노동당 후보들의 정책 논쟁, 쫓겨나는 비정규 노동자 따위는 이명박 부동산 논란이 잠시 뜸해질 때의 간식거리에 불과하다.

우선 공작 정치에 대해 말해야겠다. 이명박의 부동산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의 태스크포스팀이 연관되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행정자치부나 국세청이 이명박 친인척의 재산 조사를 했다면야 정당한 업무라 할 수 있지만 국정원이 왜 그런 일을 해야 하는지는 도저히 납득키 어렵다. ‘부패 척결’이 감사원이 아니라 국정원의 업무라는 사실도 금시초문이다. 이는 내란과 외환, 방첩 등 국가정보원법상 직무 규정에서의 명백한 일탈이다.

국정원 일탈행위 한심

일부 여권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본질은 이명박의 재산이다”는 주장은 국정원의 개입이 드러나는 순간 정당성을 잃게 되었다. 왜냐하면 정보기관의 사찰과 공작 정치는 부정축재만큼이나 한국 민주주의를 왜곡시켜 왔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외쳐대던 자들이 군부독재자들 마냥 목표의 정당성으로 절차와 방법의 부당성을 상쇄하려는 상황이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다. 따라서 국정원의 개입은 이명박 부동산 정국의 또 하나의 본질이다.

이명박 친인척의 부동산 실태를 캐기 위해 법무사와 신용정보회사가 불법적으로 동원되었다고 한다. 왜 공직자의 재산 실태가 제한된 사람들에 의해 비밀리에 조사되어야 하는 것일까? 국가기관의 정보 수집과 이용은 당연히 제한되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귀중한 원칙이 부당한 사업이나 조세 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세나 복지 급여에 관련된 재산, 소득, 사업 관계, 가족 관계 정보가 낱낱이 조사돼 있고 국가에 의해 잘 관리되고 필요한 경우 적절히 제공되는 유럽에서라면 이명박 부동산 소동 같은 일이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아예 이명박처럼 뒤가 구린 부정축재자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무진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은 끝도 없이 불거져 나오는 이명박 재산으로 지면 채우기 경쟁을 하는 데 여념이 없다. 어떤 신문이 강남 땅을 폭로하면 다른 신문은 다음날 강북 땅을 폭로하고 이명박 땅이 어떻다는 등의 내용이 1면 머릿기사부터 시작하여 족히 서너 면을 메운다.

그런데 언론은 이명박 일가나 다른 예비후보들, 재산의 규모와 재산 형성의 부당성에 있어 이명박과 조금도 다르지 않을 한국 지배층이 어떻게 하여 그만한 부를 축적했는가를 분석하지는 않는다. 그 부를 해체시킬 방법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물론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 사이에 오가는 부동산 정책 논쟁도 보도하지 않는다. 지금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심상정 후보 사이에는 주택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정책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오가고 있는데, <레디앙> 같은 인터넷 언론 이외에서 그런 소식을 접하기는 어렵다.

다만 기사의 주된 공격 대상이 이명박인가 이명박을 추적하는 사람들인가 하는 점에서 신문들의 정치적 색채 차이가 드러날 뿐이다. 이명박의 부정축재를 보도하는 개혁언론이든 부정축재 조사의 불법성을 보도하는 수구언론이든 본질이 아닌 소재, 미래가 아닌 과거에 집착하긴 마찬가지다. 그들은 한국 정치적 지배층 전체의 부도덕성이라는 본질이 아니라 이명박 일가의 부동산이라는 소재를 살짝 건드릴 뿐이다.

프로메테우스의 도로(徒勞)와 같은 짓

그들이 이명박 부동산 논란에서 정책 비슷한 데로 단 한 발자국도 옮기지 않는 것은 그것이 ‘검증’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명박과 ‘이명박 아닌 사람’ 이외의 정치적 대안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명박으로 굳히거나 일단 이명박을 떨어뜨려 놓고 보자는 3류 정치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적 지배층 전체의 부도덕성으로 비난의 화살이 몰리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한쪽은 이명박에 대한 절대적 지지고 한쪽은 비판적 지지를 박근혜에게 확장한 꼴이다. 결국 작금의 이명박 부동산 논란이란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 탓하는 부정축재자끼리의 검증일 뿐이다. 최선의 경우에도 흠집 없는 부르주아를 찾는 프로메테우스의 도로(徒勞)와 같은 짓이다.

이명박 부동산 논란에 국가정보기관과 사설기관의 공작 정치는 있으되, 부(富)의 재편을 묻는 정책 정치는 없다.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

 

제13호 14면 2007년 7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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