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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이재영ㅣ독설의 역설

말과 행동을 같이하라

이재영_독설의 역설 [10]

 

민주노동당이 3달째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단다. 도대체 왜 이리 됐을까? 없이 살던 시절에는 월급 못 주지 않았는데 지금은 왜 이럴까?

당 재정에 관련된 민주노동당의 진실은 두 가지다. 당 수입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게 하나고 돈 쓰는 사람들이 바뀌었다는 게 둘이다. 물론 지출도 많이 늘기는 했지만 전체 재정에서 경상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줄었고 지출 재량권은 훨씬 늘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돈 쓰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당이 집권해도 걱정"

민주노동당의 현 집행부는 속칭 ‘주사파’인데 그 중에서도 돈 쓰는 사람들은 같은 주사파 최고위원이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라며 혀를 차는 부류다. 이 이들의 업무 수행 능력은 대단히 놀라워서 당 의결기구에 제출하는 예산안의 더하기 빼기가 틀릴 정도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런 예산안이 엑셀(excel)로 작성되었다는 사실이다. 엑셀로 작성한 예산안의 더하기 빼기가 틀리는 것은 엑셀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미제의 음모이거나, 외계인의 개입 때문일 거 같다.

민주노동당의 재정 집행 라인 파벌은 예전에는 재정보다는 당기위원회와 친했던 사람들인데, 폭력이나 예산 유용 따위를 통해서였다. 물론 직인 절취와 절도와 재물 횡령 사건도 빠지지 않았다. 요즘은 저희들 가까운 사람 돈벌기 좋은 조건을 입찰 기준이라 내걸고 당 대표는 “이런 당이 집권해도 걱정”이라고 푸념한다.

민주노동당에 돈이 없냐 하면 그것도 아니어서 수시로 평양에 가거나 베네수엘라 갈 형편은 되는 듯 하다. 주로 자파 사람들이 뽑히는 신규 채용도 계속 하고 있다. 평양과 베네수엘라에 가거나 신규 채용을 하는 것이 좋거나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있는 사람 월급 주는 것보다 그런 사업하는 데 돈을 쓰기로 민주노동당이 결정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민주노동당이 어떤 가치와 철학을 우선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사람들 월급 주는 건 민주노동당 돈 형편이 좋은가 나쁜가 하는 따위와는 전혀 무관한 문제다. 노동법은 형편이 좋은가 나쁜가, 사업에 성공했는가 실패했는가, 돈이 있는가 없는가를 가리지 않고 체임을 처벌한다. 왜냐하면 사람을 쓴다는 것 자체로부터 그 사람의 생계를 유지시켜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임금 채권은 국세나 일반 채권보다도 우선하는 최우선 순위를 가진다. 왜냐하면 임금은 재정 조건에 따라 조정 가능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섭자리에 안 보이는 간부들

민주노동당 일부 간부는 바쁘다거나 잊었다는 핑계로 상근자 노조와의 교섭 자리에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민주노동당 밖에서는 이런 단체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한다. 상근자 노조에 반대하는 당 간부들은 당헌 당규와 의결기구에서의 예산 심의를 들며 단체교섭이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어떤 회사에든 사규가 있고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예산을 다루지만 그런 이유로 노조나 단체교섭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민주노동당 집행부는 “조금만 참읍시다”라거나 “대화로 해결합시다”라고 무마하려 들 것이다. 그런데 월급 안 줄 때 보통 사람들이 참거나 대화로 해결하나? 세상 어디에서 월급 안 주는 걸 대화로 해결하나? 민주노동당은 체임 노동자들에게 참거나 대화로 해결하라고 조언하나?

임금체불 어찌할꼬

민주노동당 집행부는 노동운동가로서 체임 문제에 어떻게 대처했었던가를 기억해보고 그것과 똑같이 대응하면 된다. 체임은 민주노동당 집행부들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감옥 갈 문제지 참을 문제가 아니다. 법대로 하라.

“반복되는 임금체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 체불임금과 갈수록 미청산액이 늘어나는 것은 근로감독의 소홀함과 악덕기업들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에서 기인하고 있다. … 소극적인 자세로는 상습체불 사업자의 못된 버릇을 뿌리뽑을 수 없다. … 상습체불 사용자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하여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논평 '임금체불, 정부가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나서야', 2007. 2. 12)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

 

제11호 18면 2007년 7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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