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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지구촌

진보정당연합 상원 승리

필리핀 선거 부정·폭력 난무

 

필리핀의 선거는 행진악대와 나부끼는 깃발들, 그리고 당신에게 악수를 청하며 새로운 세상을 약속하는 후보자들의 웃음 등 이 모든 것들이 잘 어우러져 화려한 축제 같았다. 하지만 이 선거의 다른 얼굴은 철저하게 피와 폭력으로 물들어있었다.

지난 5월 14일 중간선거가 있고 며칠 후 좌파정당인 카바탄(Kabataan)의 청년정당 소속 선거 감시인 2명이 필리핀 북부에 있는 카마리네스 노르테 주의 카파롱가에서 제복을 입은 군인들에게 납치됐다. 27세의 준 바그사바스와 16세의 로닐로 브레주엘라는 동료 선거 감시인들에게 음식을 전달하는 중이었는데 이틀 후 발견됐을 때 이들은 총에 맞아 숨져있었다.

그들의 죽음은 지난 선거기간 동안 아로요 정권이 상대적으로 그 힘을 잃어가면서도 비판적인 반정부 세력에 대한 파시즘적 전술을 더욱 악랄하게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찰 기록에 의하면 2007년 1월 이후 선거와 관련된 정치적 살해는 143건이나 된다.

민간사회연구소인 IBON는 이번 선거결과 분석 보고서에서 “폭력적인 부정선거는 아로요 정권이 시작될 때부터 집요하게 구축해온 비민주적 세력을 유지시킨다. 이들의 횡포는 근년들어 한층 심해졌으며 앞으로 권력에 대한 집착이 절박해질수록 더욱 격렬해질 것이다”고 밝혔다.

필리핀 인권단체인 카라파탄(KARAPATAN)에 의하면 2001년 아로요가 정권을 잡은 이후로 정치적 살해 희생자는 843명이고 납치된 피해자는198명이나 된다. 게다가 400명 이상이 암살시도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비민주주의 세력의 일련된 공격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시민들은 아로요 대통령에 반대한다는 명확한 판결을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보여줬다.

이번 중간선거는 3년에 한 번씩 6년 임기의 상원의원 24명 중 절반인 12명을 뽑는 선거로 야당 후보들이 7석을 차지한 것에 비해 여당 후보들은 겨우 2석을 차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여당 측 당선자 2명 중 한 명인 조커 아로요 상원의원이 억압적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확고한 기준을 드러냄으로써 야당인 바얀 므나(Bayan Muna)를 비롯한 다른 진보 정당의 지지를 받은 사실이다. 남은 2개의 상원의원자리는 무소속 후보자들에게 돌아갔고 나머지 한 자리는 개표가 끝났으나 6월 23일 기준으로 선관위가 결과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민중에 의해 내려진 반아로요 판결은 최근 집행부에 대해 야당의 비판 목소리가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얀 므나(Bayan Muna), 가브리엘라(Gabriela), 아낙파위스(Anakpawis), 카바탄 (Kabataan)과 수아라 방사모로(Suara Bangsamoro) 등의 진보 정당들은 이번 정당 득표에서 250만 표 이상을 얻었다.

사실 사기와 폭력을 통해 선거 결과를 조작하려던 아로요 정권의 의도와 노력과는 다르게 현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선거는 자유롭게 치러졌다.

아로요 정권은 여당 후보와 30개 이상 지역구에 퍼져 있는 호의적 유권자들, 정치적 살해와 유괴를 체계적으로 실행해내는 앞잡이들을 위해 필리핀 무장 군대와 경찰력까지 동원하였으나 그 역시 현 정권에 대한 심판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말라카낭이라는 유령 정당의 후원 역시 진보 정당들의 의회 의석수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따라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의회 내 반아로요 정당 의원수를 줄이기 위한 가장 확실한 최후의 수단으로 '중심당 제도'의 실행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선거에서 이긴 정당의 요구대로 의석수를 감소하는 제도이다. 이와 같은 아로요 정권이 일련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시민들은 의미 있는 선거 결과를 낸 것이다.

하지만 야당 상원 후보자와 진보 정당의 승리는 확실히 필리핀 대중들을 위해 좋은 징조라고 할 지라도 선거에서의 승리가 필리핀을 극심한 빈곤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손아귀에서 탈출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중간선거를 통해 보여준 반아로요 판결은 시민들이 심화되는 파시즘적 독재체제에 대항하는 움직임에 한 층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마크 파달란 아시아태평양이주노동자본부 코디네이터

 

제11호 11면 2007년 7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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