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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이버들ㅣ에코에너지

진실은 저 너머에

이버들_에코에너지 [9]

 

지금 생각해봐도 당황스럽다.

2년 전, 방사성폐기물 포화년도가 언제인가를 두고, 산자부와 환경단체간의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2008년이면 임시저장고가 포화된다는 산자부 주장에 환경단체가 반박하고, 다시 산자부가 재반박하는 일련의 과정이 벌어졌다.

19년간 3천485억

반박자료를 낸 직후, 환경단체가 제시한 근거를 보도하고 싶다는 한 언론매체의 연락을 받았다. 부안 사태 이후, 방폐장에 관련된 내용들을 언론매체에서 기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이전의 자료들까지 챙겨 해당 기자를 만났다. 사안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근거자료를 건네주고, 객관적으로 보도해달라고 부탁도 했다.

얼마 후, 우리의 보도자료 내용이 그대로 담긴 기사가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 실렸다. 그러나 불과 한 시간 뒤, 산자부 고위 관계자의 인터뷰가 같은 인터넷 지면의 상단에 실렸다. 산자부의 재반박 자료가 나오기 전이기에, 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발 빠르게 사안에 대해 양쪽의 입장을 들어보고 싶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며칠 뒤, 다른 기자회견장에서 해당 기자를 만날 수 있었다. 산자부 고위관계자를 인터뷰하기에 바빴겠다고 말을 건네자, 천연덕스러운 기자의 답변이 돌아왔다.

환경단체 보도내용을 다룬 기사가 나가자 광고국에서 항의가 들어왔고, 부랴부랴 몇 달 전에 산자부 고위 관계자를 인터뷰했던 내용을 시기에 맞게 발췌해서 기사를 작성했다고 했다. 게다가 환경단체 내용을 다뤄야 산자부에서 광고를 준다면서, 오히려 나를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처럼 대하고 있었다. 더욱이 리포터 짜깁기를 하는 대학생도 문제가 되는 시대에, 취재 없는 짜깁기 기사에 대해 너무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해당 기자 앞에서 말문을 잃었다.

정부가 19년 동안 방폐장을 추진하면서, 광고비와 주민 설득비용으로 쓴 세금은 3485억 원에 달하며, 원자력만 홍보하는 원자력문화재단도 매년 100억 원의 운영비를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같은 천문학적인 광고비에는 언론사들의 광고비용이 주를 차지하고 있으며, 선진국들의 방폐장을 견학한다는 명목으로 해외에 나갔던 기자들의 해외 견학비용도 무수히 포함되어 있다. 견학을 마치고 온 기자들이 한 면을 통째로 털어 쓴 방폐장 홍보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답답해지곤 했다.

침묵하는 주류 언론

자본은 참으로 무서운 존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편리에 익숙해지고 젖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독재시절처럼 명확하게 상대가 드러나지 않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찬.반이 모호하기 때문에 자본은 그 모습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다.

시사저널 사태나 X파일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 사례는 우리 사회에 많은 의미를 주고 있지만, 정작 바로 옆에 있는 주류 언론들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언제나처럼 진실은 저 너머에 있는 것 같다.

 
 

이버들 에너지시민연대 차장

 

제11호 12면 2007년 7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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