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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사회

온갖 독소조항 품은 ‘괴물’, 한미FTA

범국본&비상시국회의 협정문 분석 결과

 

지난 달 25일 공개된 협정문을 토대로 국민검증에 돌입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한미FTA 반대 국회 비상시국회의와 함께 릴레이 분석 평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4일에는 시청각 미디어 분야에 대한 평가 기자회견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진행했고, 지난 8일에는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1층 기자회견장에서 자동차, 섬유 등 상품 분야 평가를 진행했다.

 

< 시청각미디어 분야 >

◇ 미연방통신위원회가 국내방송 감독?=한미FTA 저지 시청각미디어공동대책위원회(시청각미디어공대위)는 “미국의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국내 방송을 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최혜국 대우 조항이 포함돼 이에 대한 폐해가 우려된다”며 정부와 방송위원회의 해명을 촉구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조항은 부속서2의 ‘미국측 유보목록에 대한 주해’ 중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분야의 상호주의 조치에 대한 부연설명을 위해 ‘*’ 표로 FCC의 권한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협정문에 따르면 “FCC는 다른 국가가 미합중국의 서비스 공급자에게 실질적인 경쟁 기회를 부여하는지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한 결정을 내림에 있어서, FCC는 특히 그 국가가 자국의 서비스 공급자에게 부여하는 것보다 불리하지 아니한 대우를 미합중국 서비스 공급자에게 부여하는지 여부 그리고 자국의 시장에서 서비스 공급자의 수를 제한하지 아니하는지 여부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청각미디어공대위는 “이는 미래 방송주권을 포기한 굴욕적인 조항”이라며 “미국 미디어 기업들의 이익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FCC가 결정하는 한도내에서만 방송위원회가 특정 조치를 채택하거나 유보할 권리를 갖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방송위원회는 케이블TV 개방에도 불구하고 우리측이 미래유보 조항들을 얻어냄으로써 사실상 협상에서 이긴 것이나 진배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래유보 조항 8개 가운데 5개에서  단서조항들이 협정문 부속서1 ‘대한민국 유보목록에 대한 주해’에 포함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 예로, 국내 애니메이션 보호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쿼터를 인정하고 있지만, ‘미국산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현행 시장접근을 중대하게 손상시키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시청각미디어공대위는 “방송주권 침탈과 공영방송 해체, 공적 영역의 붕괴를 가져올 한미FTA라는 괴물이 마침내 몸통을 드러냈다”면서 “온갖 독소조항을 포함한 한미FTA는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품 분야>

지난 8일 열린 한미FTA 자동차, 섬유 등 상품분야 평가 기자회견에서 범국본은 “정부가 한미FTA가 체결되면 가장 득을 보는 부문은 자동차와 섬유를 포함한 상품제조업 부문이라고 홍보했지만 협정문 분석결과 관세 인하 효과는 명백히 과장됐고, 내국민대우, 무역구제, 세이프가드 등의 비관세장벽에서 독소조항이 드러나는 등 완전히 밑진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 비관세장벽 폐지의 불균형= 내국민 대우 원칙 적용과 관련해 ‘가장 유리한 조항보다 불리하지 아니한 대우’라는 조항의 삽입으로 한국측이 더 개방적인 FTA를 다른 나라와 체결할 경우 미국측에 더 유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미국은 미 국내법(Jones Acts)상 내국민 대우 예외원칙을 협상 초기부터 제기했고, 한국은 별 다른 저항없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정부는 미국과의 FTA체결로 물품취급 수수료가 폐지되고 이로 인해 4천700만불의 수수료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홍보했으나 이는 대미수출의 0.1%에 불과한 미미한 수준일 뿐아니라 미국과 FTA를 맺은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항목으로 협상의 성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우리 수출업계는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 비관세 장벽 완화 내지 폐지를 요구했으나 대부분의 것들이 관철되지 못하고 결국 협의회 수준의 ‘무역구제위원회’ 설치만 얻어냈다. 기자회견에서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는 무역구제위원회의 권한과 관련해 “실질적인 반덤핑 조치와 무역분쟁이 발생해도 무역구제위원회가 이를 조정할 권한이 없는 무기력한 협의체에 불과하며, 최종 결정권한은 한미 양자간 FTA 협정이 아니라 WTO 다자간 협정에 따를 것으로 되어 있어 2002년 미&영 철강 세이프가드 분쟁 때처럼 미국 측이 WTO 중재 및 판정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우회 수출 방지 위한 조치들 = 범국본은 “섬유부문에서 정부는 미국측의 관세 측시 철폐 품목을 61%로 늘렸다고 성과로 홍보하고 있으나 이는 싱가폴이나 바레인 등 미국과 FTA를 맺은 대부분 국가와 100% 양허수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협상의 결과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사 기준을 원칙적으로 얀포워드(원사 산지가 수출국이어야 완제품의 원산지를 수출국으로 인정하여 관세혜택을 부여하는 조항)를 채택하고 있어서 의류 수출 증대는 원천 봉쇄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중국산 섬유들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관세 혜택을 받고 미국으로 수입되는 우회 수출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강력한 조치들이 도입됐다. 정부는 얀포워드 예외품목을 늘리기 위해 국내 섬유업체의 소재지와 인적사항은 물론, 관련 기술, 기계 종류 등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정보까지 미국에 공개하기로 했고, 미 조사기관의 불시 조사도 혀용하기로 해 섬유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섬유 부문에서 또 다른 논란은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과 이면합의 거래됐다는 의혹 등이다.

◇ 개성공단 한국산 인정 현실화 의문= 정부는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은 역외가공 방식이라는 이름으로 막바지 협상에서 타결된 것으로 발표했으나 협정문 검토 결과 실효성 의문이 제기됐다.

협정문에 따르면 우선 양국은 역외가공지역(OPZ) 위원회는 별도의 부속서를 채택하고 위원회는 협정 발효 후 1년 뒤 구성키로 합의했다. 또한 OPZ위원회는 한반도 비핵화 진전, 남북한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 노동&임금&환경 기준 등의 부속조건이 붙었다.

이에 대해 범국본은 “미국이 요구하는 3가지 부속조건이 만족되지 않는다면 개성공단의 역외가공지역 인정은 어렵다”면서 “특히 북핵문제 등 북미문제의 주도권은 미국과 북한에 있으므로 이 부문은 한국정부의 관할권 밖”이라고 주장했다.

◇스냅백 조항으로 관세철폐 효과 미비= 자동차 부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대목은 자동차 관련 분쟁 해결에 있어 한국측이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스냅백(Snapback, 관세 혜택 철회)이 도입돼 자동차부문의 유일한 성과라 할 수 있는 관세철폐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협정문에 따르면, ‘신속분쟁해결 절차’를 둬서 자동차 분쟁에 대해서 제3의 민간인으로 구성된 별도의 분쟁조정 패널을 구성해, 여기서 협정 불합치나 무효화 행위, 침해 행위 등을 판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자동차작업반을 통한 기술표준 조정작업은 미국식 표준에 우리 기술을 종속시키게 돼 국내  자동차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친환경자동차개발 등 첨단기술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 보고 있다. 또 정부는 미국에 자동차세&특별소비세 등 현행 배기량 기준 세제를 완화해 줬을 뿐아니라 협정문에 “배기량 기준에 기초한 새로운 조세를 채택하거나 기존 조세를 변경할 수 없다”는 조항까지 못박아 주권까지 훼손시키고 있다.

박근태 전국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자동차부문 협상은 한국자동차산업의 독자적 발전전망을 포기하고 북미시장중심의 수출위주 발전전략으로 회귀함으로써 대미종속을 강화할 것”이라며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는 대기업에게는 기회가 될 지 모르지만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는 일상적인 구조조정과 노동강도 강화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향미 기자

 

제8호 5면 2007년 6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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