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기름값 논란으로 정국이 떠들썩하다. 사상 초유라고 시끄러웠던 3년 전의 고유가 기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소비자 판매가격이 1리터당 1700원을 뛰어넘으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비싸진 기름값을 두고 정부와 정유업체의 책임 떠넘기기는 시민들의 마음을 불쾌하게 만든다. 기름값은 갈수록 치솟고 있는데, 해결 방안은 아무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입씨름만 벌인다는 인상이다. 책임 회피 급급한 정부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유류세가 1.2% 오른 반면, 정유업체들의 정제 마진은 59%나 늘었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는 재경부가 정유업체들의 영업마진을 공개하면서,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는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다.
재경부는 세금 체계가 종량제이기 때문에, 많이 쓰면 세금도 적게 낸다면서 기름값 논쟁에서 세금의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다. 휘발유 세금은 휘발유 구입 가격에 비례하는 게 아니라 리터당 고정된 금액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휘발유 가격 상승에 따른 세출 변동은 적은 편이다. 지구온난화 등 화석연료에 대한 세금 비중을 높이는 유럽의 경우와 비교할 때, 세금을 낮추는 것만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가 쉽게 거둘 수 있는 기름값에만 높은 세금을 붙이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시정되어야 한다. 특히 서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등유에 특소세를 붙이는 등 세수 확보가 쉽고 반발 여론이 높지 않은 간접세만 선호해 오히려 가난한 서민들에게 세금 비중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이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가 더 많은 세금을 물 수 있는 현재의 에너지 가격과 세금 체계는 변경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번 고유가 행진에 가장 큰 책임은 정유업체에 있다. 대표적인 정유업체인 SK는 지난해 1조1678억원, 올해 1/4분기에는 47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의 95%를 석유제품 판매에서 올리는 현대오일뱅크도 작년에 9조원 매출에 1372억원의 영업이익을 얻었다. 정유업체들의 폭리에 대한 의혹이 짙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유업체의 가격결정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만과 불신은 높을 수밖에 없다.
'폭리' 의혹투성이
특히 정유업계가 외부에 공개하는 공장도 가격보다 내부 판매가격이 낮다는 ‘백(Back) 마진’을 인정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국내 5대 정유업체가 주유소 실제 납품가격보다 높은 허위 공장도 가격을 고시해 19조원대의 이익을 챙겼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이번 정유업체들의 ‘백(Back) 마진’ 인정으로 의혹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담합 의혹에 이은 이중 가격 논란은 고유가로 고통 받는 시민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정유업체의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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