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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사회

예체능 교육, 내실화인가 말살인가

시민단체·교사들, 교육부 방안에 강력 반발 '문화적 암흑기 부를 것'우려

체육·예술 교과를 우수·보통·미흡의 3등급으로 절대평가하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지난 13일 ‘체육·예술 교육 내실화 방안’에 대해 교육, 시민단체들과 교사들이 “평가의 포기는 내신에서의 제외를 의미”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체육·예술 교육의 부실화 우려 때문이다.

체육·음악·미술교육정상화공동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전교조, 민주노동당, 문화연대, 범국민교육연대 등은 지난 13일 교육부의 브리핑이 있기 한 시간 전인 오전 10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체능 과목의 평가결과 기록방식 변환은 예체능 과목 교육을 고사시키고 학교의 전인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체육·음악·미술교육정상화공동대책위원회 소속 교수와 교사들이 전교조, 문화연대, 범국민교육연대 등의 활동가들과 함께 교육부의 '체육·예술 교육 내실화 방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평가차별은 곧 교과차별”=체육·예술공대위 공동대표인 이홍수 한국교원대 교수는 “교육부가 이 계획을 강행한다면 국영수 교과 편중현상은 더 심화되고 아이들에겐 학습부담, 학부모에겐 사교육비 부담이 더 지워질 것이다”며 “중등학교 평가의 차별화는 교과의 차별화를 뜻하고 평가의 부정은 교과의 부정, 내신제외는 교과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교육부는 “전인교육을 통해 심신이 건강하고 문화 예술적 소양을 지닌 학생을 양성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이라며 “예체능계 선생님들이 수업을 재밌게만 잘 진행한다면 학생들이 적극 참여할 것이고 교과붕괴나 내신 제외로 이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사들은 “교육부는 학교 수업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채 과목의 평가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하고 이상적인 주장만 펴고 있다”며 반박했다.

"전인교육 포기하는 것"

교육부의 내실화 방안 중 논쟁이 일어나는 지점은 현행 중학교의 ‘석차 및 5등급’, 고등학교의 ‘원점수/평균 및 9등급’ 기록방식이 ‘3등급(우수, 보통, 미흡) 절대평가와 서술식 기록으로 바뀌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종서 교육부 차관은 “그동안 체육·예술 교과의 서열식 기록 방식은 교과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며 “학생들의 학습 부담감을 감소시키고 전인교육 위주의 학습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이번 방안의 기대 효과를 전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한국의 입시교육 아래에서 내신에 반영되지 않는 평가 결과는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현장교사 절차적 배제 논란=교육부는 이날 내실화 방안 발표에 앞서 지난 8일 공개토론회를 연 바 있다. 하지만 공지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개인적인 연락으로 겨우 참석할 수 있었다. 또한 토론회에서는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보단 교육부로부터 수탁 받아 한국교육개발원이 진행한 연구 결과를 형식적으로 발표하는 수준이었다고 이날 참석 교사들은 지적했다.  

체육·예술공대위는 전체적으로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의도적으로 현장의 교사들을 절차적으로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방안이 학교 현장과 아이들의 진정한 삶과 교육을 위함이 아니라 작년부터 청와대가 정치적 과제로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공대위는 “올 대선을 앞둔 얄팍한 정치술수의 일환”이라며 “최경희 청와대 비서관과 김양옥 교육부 장관을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얄팍한 정치 술수"

여의도중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는 박정준 교사는 “현재 의미있는 수업을 해보자는 목적으로 학교에선 재량활동을 운영 중인데 평가도 하지 않고 내신에 반영도 안 되니 학생들이 전혀 의욕적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며 “내신에 평가반영 여부가 아이들의 학교교육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성도 한국교원대 교수는 “앞으로 대규모 집회와 온라인 시위는 물론 토론회와 대응연구 보고서 발표 등을 통한 학문적 접근도 계획 중”이라며 “장래에 예체능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에 나오게 될 때 문화를 즐기는 법을 알지 못해 문화적 암흑기가 올 것”이라고 이번 사안에 대한 근원적 우려를 밝혔다.

 

교육부 내실화 방안 진행 상황

2003.           대통령의 언급으로 체육·음악·미술 내신제외를 위한 
                  평가체제전환 연구 시작.

2004.01.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체육·음악·미술 평가체제전환 
                  연구 결과, 타당성과 이유 없다고 보고.

2006.10.12   청와대 교육문화 비서실 최경희 비서관 
                  체육·음악·미술 내신제외 추진 명령 및 요구

2006.10.30.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체육·음악·미술 교과의 평가 방식에 관한 정책 논의

2006.11.       교육부 주5일수업제 대비 교육과정 개정에서 
                   내신제외의 실질적 방안 마련

2006.12.06.   교육부장관 보좌관 및 청와대 담당 행정관 
                   비공식 면담을 통해 내신제외와 수업시수 확대 빅딜을 
                   체육·음악·미술교육정상화공동대책위원회에 제안

2006.01.       교육부 초중등정책과 김양옥 과장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체육·음악·미술 교과 평가방식 
                   전환 연구를 수탁의뢰 하였으나 결과를 정해두고 하는 
                   연구라 하여 내부의 반대로 진행되지 못함.

2007.01.26.    내신제외를 위한 정치적 음모 중단 촉구 기자회견

2007.02.23.    체육·음악·미술교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에서 선택과목군 확대 발표 및 
                    선택과목군 확대에 따른 학습부담 경감을 이유로 
                    평가방식 전환 연구를 공언함

2007.02.        교육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진행되지 못하던 
                    연구를 한국교육개발원의 비밀 연구팀(책임자 정택기)에게 
                    이전 수탁함

20070.5.19.    한국교육개발원의 비밀 연구팀은 최초의 외부인 검토를 
                    비공개로 진행함

2007.05.28.    한국교육방송(EBS) 생방송 토론프로그램 ‘토론카페’의 
                    토론 주제로 체육·음악·미술 평가결과 기록방식을 
                    강제 추진하다 생방송 1일 전 취소

2007.06.08.    한국교육개발원은 1주일 만에 급조된 토론회를 개최하고 
                    교육부는 당일 13일 언론 브리핑 사실을 각 언론사에 통보함

2007.06.13.    한국교육개발원의 토론 결과를 취합하고 연구결과보고서를 
                    받지도 않은 채 정책 발표를 함.

2007.07.03.    행정예고 예정

전상희 기자

 

제8호 4면 2007년 6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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