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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사회

우리가 대법원판결에 분노하는 이유

[상지학원 비상대책위원회 긴급기고]

지난 5월 17일 대법원의 판결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의 그것에 가까웠다. 대법원의 판결에서 다수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과연 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혹은 법의 존재목적이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인지가 자못 궁금하다. 

 갖은 현학적인 말로 가득 찬 판결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교육이라는 공공재를 생산하기 위해 국가가 여러 보호 장치를 두고 재정적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 사립학교 법인은 궁극적으로는 설립자인 이사들과 그들에 의해 인적으로 계승된 사람들에 의해서만 운영되어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 이사진들이 설령 학교운영과 관련된 형사상의 범죄를 저질러도 그 사안에 대한 처벌로 충분할 뿐 사학을 운영할 수 있는 권리 자체를 빼앗을 수 없다니 얼마나 기가 막힌 판결인가?

우리는 우리 사회에서 사학이 존재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국권을 상실하고 식민지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던 그 시절, 이 땅의 뜻있는 지사들이 사재를 털어서 민족과 나라의 발전에 기여할 국가의 동량을 길러내고자 만들었던 것이 우리나라의 유서 깊은 사학들이었다.

해방 이후 열악한 재정 여건 때문에 국가가 공교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격차를 채워준 것도 역시 사학재단이었다. 이처럼 사학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부분은 마땅히 역사적으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재정 여건이 호전되면서 사학은 국가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 대한 정부 및 사회의 지원과 과거와는 격단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학은 교육에 필요한 법인전입금의 출연에 매우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사학운영에 필요한 대부분의 자금은 이제 재단 이사회가 아니라 국가나 교육수요자에 의해 충당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현실 변화를 감지한 일부 모리배적 인사들이 사학을 설립하여 그것을 개인의 치부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 또한 공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비리사학은 공공재인 교육서비스를 생산하는 교육현장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강력하게 척결되어야 하며, 비리 사학의 운영자는 다시는 교육현장에 발을 붙일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국가의 교육기관에 대한 감시 의무와 사학법인 운영에 있어서의 공공성의 강화가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상지학원의 전 운영자였던 김문기씨는 어떠한가? 자신의 사욕을 위해 교수에게 봉급포기각서를 쓰도록 강요하기까지 한 사람이다. 도서관 장서를 폐지 사듯 헌책방에서 무게 단위로 구매한 사람이다. 이러한 것이 문제가 되어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불온 유인물을 스스로 만들어 뿌려 학생들을 빨갱이로 몰아가고자 한 사람이다.

우리가 대법원의 판결에 분노하는 것은 바로 이런 사람에게 신성한 교육현장의 운영권에 대해 다툴 권리가 있다고 인정한 점이다. 상식을 넘어선 그들의 아전인수식 법 해석에 기가막힐 따름이다.

하지만 우리 상지학원 구성원은 우리 학원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의연히 대처할 것이다. 우리는 교육인적자원부가 빠른 시일 내에 훌륭한 인격을 갖추신 분들 중에서 정이사를 선임하여 주길 요청한다.

우리 학원이 정상화되어 임시이사 파견 사유가 해소되었음은 이미 3년 전에 교육인적자원부가 정이사 선임을 승인함으로써 확인한 바 있으며, 그 이후 학교가 현저한 발전을 거듭하여 왔기 때문에 그 판단을 바꿀 하등의 이유가 없다. 

또한 우리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굴하지 않고 사학비리 범죄자의 학원 진입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교육의 공공성과 사학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10년 넘게 지켜온 자랑스러운 상지학원 민주화의 전통을 깨뜨리려는 어떠한 외적 요구나 압력에 대해서도 우리 상지학원 구성원들은 일치단결하여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다.

조석곤 상지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제6호 18면 2007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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