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연합, ‘방송심의규정’ 신설 촉구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미니시리즈 ‘마왕’의 한 장면 중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게 ‘보자기’에 싸여진 음식을 건네는 장면이 나온다. 저녁식사에 초대된 남주인공이 어렸을 적 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눈물을 삼키며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한 채 돌아가자, 다음날 남은 음식을 ‘다회용’ 그릇에 담아 보자기에 싸서 건넨 것이다. 환경을 생각해 소품을 준비하는 제작진의 노력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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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방송되는 일일 대라마 MBC ‘내곁에 있어’(4월 13일 방송= 사진 위)와 KBS2 ‘아줌마가 간다’(4월 11일 방송=사진 아래)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는 장면. |
이처럼 지난 94년부터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래 TV 드라마 소품에도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품을 쓰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드라마속 일회용품 사용실태는 여전히 심각한 실정이다. 특히 지상파 드라마나 광고는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는 지난 3월 15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약 45일 동안 지상파 TV 드라마 속 일회용품 사용 장면을 모니터링한 결과, 일회용품의 사용 장면이 총 77건이나 포착됐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프로그램은 KBS1, KBS2, MBC, SBS 등 각 방송사의 일일, 주말드라마, 미니시리즈, 특집극 등을 대상으로 했으며, 시대극은 일회용품의 등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제외됐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 장면 총 77건 중 MBC의 일회용품 사용 장면이 총 35건으로 전체 노출 건수의 46%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또한 일회용품의 종류 및 등장 횟수는 비닐 봉투가 38건으로 50%를 차지했으며, 종이컵이 23건(30%)으로 뒤를 이었다.
◇ 방송사별 일회용품 사용 장면 건수 및 비율(총 77건)
△ MBC(내 곁에 있어, 나쁜여자 착한여자, 거침없이 하이킥, 히트, 케세라세라 등 35건(46%)
△KBS1(하늘만큼 땅만큼) 3건(4%)
△KBS2(달자의봄, 행복한 여자,아줌마가 간다,사랑과 전쟁,마왕) 21건(27%)
△SBS(사랑도 미움도,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마녀유희,내 남자의 여자, 연인이여, 사랑하기 좋은 날) 18건(23%) |
서울환경연합은 이와 관련 "최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1회용 나무젓가락 및 합성수지 용기 등을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TV 드라마에서는 여전히 사용하고 있어 시민 인식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는 반대로 다회용컵 사용이나 장바구니 등을 이용하는 장면도 가끔 등장했는데 이는 제작자의 의지에 따라 친환경 대체 소품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수정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 위원장은 “환경을 염두해두면서 드라마를 일삼아 시청했는데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특정 장면의 경우 꼭 그 용품을 쓰지 않아도 되는 아쉬운 장면이 많았다”면서 “스타들이 대중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을 생각하면 제작진들이 한번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MBC 일일 아침드라마 ‘내곁에 있어’ 제작진 중 한 관계자는 “일회용품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뜻에서 제안하는 것이니까 앞으로 드라마 제작에 참고하겠다”며 밝혔다.
서울환경연합은 국민들의 환경의식 제고와 친환경적 생활양식을 선도해야 할 방송에서 더 이상 일회용품이 드라마와 CF를 통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모습은 등장하지 않아야 하고 이를 위해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중 ‘일회용품 사용 억제’ 권고 조항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문수정 위원장은 “예전에도 이런 모니터링을 진행한 후 제작진들에게 예쁜 장바구니를 만들어서 보낸 적이 있었는데, 제작진들에게 좋은 반응을 일으켰으나 일회성에 그쳐서 방송심의 규정을 두면 어떨까 제안하게 됐다”며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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