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시민정치

사회공공성 확장 위한 구체 대안 모색

민주주의 심화 3대 과제-교육·언론·국제연대

6월 항쟁 20주년을 맞는 한국사회는 실질 민주주의의 진전이라는 과제를 무겁게 안고 있다. 87년 항쟁이 정치혁명이었다면 이제 문화·사회·경제 혁명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년의 세월이 결코 짧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급진적 민주주의를 위한 핵심과제를 찾아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많은 민주화 과제 중 <시민사회신문>은 양극화의 재생산 역할을 하는 교육 불평등과 아시아 민주주의 연대, 언론개혁이라는 3가지 화두를 집중 조망한다. /편집자

양극화 재생산 악순환 반복
[빈곤의 굴레 만드는 교육 불평등]

충남 서산의 한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인 A 씨는 저녁 11시에 퇴근한다. 학원가가 잘 발달된 수도권과는 달리 학교 외엔 갈 곳도 경제적 여유도 없는 아이들이 많아 학교에서 늦게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기 때문이다. 몸이 피곤한 대신 아이들이 농어촌특별전형으로라도 수도권 대학에 많이 입학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쉽지 않다. 이 학교 아이들은 논술, 구술심층면접을 준비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면접에서 미끄러지고 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100% 생활기록부만 보는 지방대학 농어촌특별전형으로 아이들을 합격시킨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난다’란 속담은 타당성을 인정받기가 어렵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부모의 경제적 위치에 따라 아이들의 학습능력과 대학입시 나아가 취업까지 영향을 받으며 계층의 재생산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교육 양극화의 심각성이 사회 양극화의 핵심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경원 민주노동당 교육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서울대가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를 토대로 서울대의 2005·2006년 신입생 출신학교를 유형별로 비교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의 경우 특목고·자사고 졸업생은 전체 고교 졸업생의 4.6%인데 반해 서울대 신입생의 18.8%를 차지했다. 강남소재 고교 학생들의 경우에도 전체 졸업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의 약 3배가 서울대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의 사교육비 격차에 관한 연구’ 중 월평균 사교육비 연도별 추이를 보면, 사교육비 지출 상위 20% 계층과 하위 20% 계층 간 격차가 2001년부터 더 심화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김정명신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운영위원장은 교육양극화 현상의 핵심 고리로 대학입시를 지적하며 “사교육비 지출 수준과 부모의 학력수준에 따라 아이의 수능점수가 큰 영향을 받는데 이는 곧 사교육비의 격차가 대학입시결과의 격차로 바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입시를 위한 도시근로자가계수익 대비 사교육비 지출이 지나치게 많은 부담이 되면서 결국 민생문제로까지 연결된다. “그래서 대선 후보자들도 서로 교육대통령을 자청하고 나서는 것 아니겠느냐“고 김정 운영위원장은 지적했다.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격차 해소 원년’을 선포하며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했다. 방과후 학교 지원 확대 및 저소득층 자녀 급식비 지원 등 2008년까지 8조억원의 예산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헌석 교육인적자원부 기획총괄실 사무관은 “지난해 교육안전망 구축 사업을 볼 때 양적으로는 평균정도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본다”며 “우선 돈이 없어서 학교에 못 다니는 학생들은 없도록 하기 위해 복지부, 여성가족부 등과 연계할 예정이긴 하지만 정책을 추진할 예산요구가 잘 반영되지 않는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 위원장은 교육부가 교육양극화 해소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대책을 보면 방과후 학교를 늘린다거나 EBS강화 등 학교를 학원화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며 “교육을 상품화해 자꾸 시장논리를 들이대서 좋은 교육 구매가능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간 차이가 발생하는 게 교육양극화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교육운동진영에서는 소모적 경쟁구조와 학벌, 학교서열화를 조장하는 대학입시자체의 철폐를 목표로 국민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전교조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를 오는 20일 출범해서 교육복지에 초점을 맞춘 운동도 전개할 예정이다.

"민주개혁 확장은 국경 넘는 의제 공유로“
[전환적 위기와 아시아 민주주의]

“민주개혁을 위한 전환 방향 중 하나로 한국의 사회운동은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적 차원을 넘어서 초국경적인 지구촌의 의제들을 자기 문제로 끌어안고 싸워야 한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시민사회신문> 6호 ‘청년, 6월 정신’ 특별 기고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전환적 위기를 타개하는 전략 중 하나로 운동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고 세계와 연대하는 활동을 펼칠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는 아닌가=조희연 교수는 “기존 민주개혁담론이 근거하고 있는 일국적 틀에서 벗어나 글로벌 프레임, 혹은 초국경적으로 운동의 지평을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의 사회운동세력은 역동적인 노동운동과 지난 2000년 총선연대 활동으로 대표되는 시민운동의 분출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10여년 전부터 국제연대에 적극적인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1999년 시애틀 WTO반대투쟁을 비롯해 2002년 칸쿤 투쟁, 2005년 홍콩 투쟁 등 반세계화 운동 참여는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여전히 내실에 있어서는 세계적 관심과 국내의 역동성에 비해 한국 사회운동의 국제연대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민운동진영의 국제연대는 최근 들어 연대의 깊이를 찾아가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제 시민사회에선 변방의 활동으로 치부되는 실정이다. 국제연대 회의장 등에서 한국의 상황만 목소리를 높이고 실질적인 연대는 준비되지 않은 한국의 사회운동 활동가들의 이야기는 지속적인 반성거리가 되기도 했다.  

지난 4일에 있었던 ‘6월 민중항쟁 20년 기념 학술대토론회’에서 원영수 전 ‘노동자의 힘’ 편집위원장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국제투쟁 참석 등을 통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연대의 장을 강화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영역이 미답으로 남아있다”며 “단순한 동원을 넘는 국제주의 전략의 도출과 이론화, 활동가 역량이 강화 등 과제는 많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시민사회 연대를=이같은 지적은 단순 연대차원의 한계 극복을 넘어 ‘전환기적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새로운 활로이자 정체된 민주주의의 전환 방향으로 대안적 세계화를 개척해야 한다는 요구와 일맥상통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극복이 화두로 떠오르는 현실과도 직결된다.

김상택 기자

인권단체들은 지난 5일 서울 인사동에서 '팔레스타인이 피운 노래와 그림' 해아를 열었다.


시야에 잡히는 가까운 지평은 아시아다. 실제로 버마와 필리핀 등 후발 민주화 진행국 시민사회가 한국 시민사회의 연대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조희연 교수는 “아시아를 향한 민주주의의 지원과 ‘사회적 아시아’를 형성하기 위한 선도적 노력이 절실하다”며 “아시아 신생민주주의 국가들에게 민주주의와 인권발전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가능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이 한국의 노동문제 뿐 아니라 범아시아적 차원의 노동규범과 사회규약을 위한 초국경적 주체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을 위시해 개발의 속도가 빨라지는 아시아 국가의 환경·생태 보전과 막개발 저지를 위해 아시아 시민운동단체들이 구체적 과제를 가지고 힘을 모으는 노력을 강화하는 활동도 포함된다. 조희연 교수는 “시민과 민중이 주도하는 아시아를 어떤 성격으로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론장 기능 수행 언론 변화 절실”
[민주주의 심화 중대요소, 언론개혁]

87년 6월 민주항쟁은 한국사회 전반에 걸친 민주화의 촉발점이 됐다. 그 결과 사회 각 분야에 절차적 민주주의는 상당 부분 진전을 이뤘다. 하지만 이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의 심화 필요성이 부각되는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참여와 공론의 민주주의 논의를 거부하거나 저항하는 분야가 있다. 사법과 관료사회, 언론 등이 그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언론 민주화는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근본적 변화로 이어지는 큰 진전이 없다는 평가다. 오히려 최근엔 ‘기자실 폐쇄’ 논쟁이 붙으며 역 개혁 논란까지 번지면서 상황은 혼돈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화 이전과 이후의 언론=지난 5일 ‘6월 민주항쟁 20년 기념 학술대토론회’ 중 ‘미디어 지형의 변화와 민주적 소통’이란 주제의 토론에서 이진로 영산대 교수는 언론이 국가·자본·시민사회와 주고받은 상호작용과 관계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먼저 민주화 이전 시기(1980~1987)의 언론구조 유형은 통제 중심이다. 체제 순응적 기능을 하며 정부에 의한 경제적 지원으로 일부 언론은 안정적 성장을 이뤘다. 반면 시민사회의 대안적 언론은 ‘비공식 유인물’에 불과했다.

이어 민주화 이후 시기(1987~1997)는 자유를 보장받은 시기였다. 언론은 민주화 촉진 기능을 수행했지만 권력의 형성과 운영에 참여해 스스로 권력화 양상을 보였다. 언론시장의 경쟁도 심화되며 광고의존도가 함께 올라가 재벌과 대기업 비판도 줄었다. 시민사회는 국민주로 한겨레신문을 탄생시키기도 했지만 기성언론의 장악력은 계속 증대되는 시기다.

민주화 정착 시기(1998~2007)인 현재 언론구조의 유형은 자본 중심이다. 과점적 언론사들은 ‘언론의 자유’를 무기로 정부와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자본의 비판은 더욱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민사회는 온라인 확대 등 환경변화에 맞춰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다양한 인터넷 매체의 등장은 이에 발맞춘 변화다. 하지만 여전히 그 힘은 미약하다.

◇언론의 위기는 곧 민주주의 위기=이 교수는 “언론의 자유가 정치적 측면에선 중용을 훨씬 넘어서고, 경제적 측면에선 크게 못 미치는 상황에서 시민을 위한 언론의 자유는 위협받고 있다”며 “언론이 스스로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은 상태에서 보도에 임할 때 시민을 위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락과 광고 등 탈정치화 정보가 범람하는 가운데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 사회를 지향하는 유익하고 수준 높은 컨텐츠의 비중은 감소했다”며 “자본에 의한 언론 자유의 축소, 탈정치화 컨텐츠 급증이라는 지형에서 미디어의 민주적 소통을 위해 시민의 지혜와 힘을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의 이같은 지적은 최근 학계와 언론계에서 지적하는 공론장의 위기와 일맥상통한다. 한 사회의 민주주의가 어느 수준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언론을 포함한 공론장이 사회 내에서 얼마나 활성화돼 있느냐로 크게 가늠되기 때문이다.

손석춘 새사연 원장은 최근 자신의 저서 ‘어느 저널리스트의 죽음’을 통해 “이른바 ‘민주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하지만 한국 저널리즘은 위기”라며 “이를 중대 문제로 인식해야 하는 것은 공론장의 위기이자 민주주의의 위기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민주주의의 진척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공론장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과 저널리즘의 구축이라는 것이다.

이재환 전상희 기자

 

제7호 5면 2007년 6월 11일자

 

 

사업자 정보 표시
시민사회신문 | 설동본 | (121-865) 서울 마포구 연남동 240-6 504호 | 사업자 등록번호 : 105-20-38740 | TEL : 02-3143-4161 | Mail : ingopress@ingopress.com | 통신판매신고번호 : 서울아02638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