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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최종규ㅣ책이야기

어떤 책을 선물할까

책으로 보는 눈 [20]

 

모리모토 코즈에코라는 사람이 그린 만화 ‘조폭 선생님’을 봅니다. 주인공은 조직폭력배 후계자인 딸이자 고등학교 수학선생. 조직폭력배 집안에서 태어나 조폭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 이 가운데 학교 교사들은 조폭을 쓰레기처럼 여깁니다. 어린 딸아이는 커서 교사가 되기로 합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잘못된 생각에 아이들이 물들지 않으면서 자기 꿈을 키우고 밝게 살아가기를 바라며.

산바치 카와라는 사람이 그린 만화 ‘4번 타자 왕종훈’ 쉰두 권을 다 보았습니다. 고등학교 배정서를 잘못 받아 엉뚱한 학교로 가게 된 시골아이 왕종훈은 야구 솜씨가 하나도 없었지만 농사꾼 아들답게 땀방울 하나로 모든 어려움을 스스로 이겨내면서 자기가 사랑하고 아낄 것이 무엇인가를 깨달아 갑니다. 키 160cm도 안 되는 땅꼬마이지만, 이 땅꼬마는 터무니없다고 할 만큼 연습과 훈련을 거듭하면서 겉모습으로만 얕잡아보는 사람들 매무새를 속속들이 깨뜨립니다.

“일본사람은 엉터리라서 일본만화가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람이 갑자기 하늘을 날아도 “네, 하늘을 나는군요” 하고 받아들일 뿐이랍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만화에서도 “사람이 하늘을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일”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한국만화 가운데 적잖은 숫자는 억지나 거짓으로 느껴집니다.

'기독교의 전도자 6인'(신구문화사, 1976)을 읽으니, 조선 시대에 천주교를 받아들여 온몸으로 믿고 따르던 정하성이라는 분은 천주교리 참뜻을 헤아리며 착하고 올곧게 살아가려고 애쓸 뿐, 자기 뱃속을 차리려는 생각이 없었다고 합니다.

'자살에 관한 어두운 백서'(종로서적, 1981)를 읽으니, 프랑스 사회에서도 엉터리 같은 일이 참 흔히 일어나는군요. 공무원들은 ‘공무집행’만 하고, 자기가 하는 공무집행 때문에 삶이 무너지고 살아갈 빛을 잃으며 목숨을 끊는 사람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거야 댁의 문제지요. 저는 돼지고기 상점의 보건 상태를 조사할 뿐입니다. 시설개조를 못하신다면 영업을 계속 하실 수 없을 겁니다"(150쪽)라고 말하며.

'오카방고의 숲속학교'(갈라파고스, 2005)라는 책을 읽습니다. 아직 초중고등학교를 다닐 아이들이 어머니를 따라 아프리카로 삶터를 옮깁니다. 세계지도를 펴놓고도 보츠와나가 어디 있는지 찍지 못하던 아이들이었는데 “차 뒷자석에 앉아서는 절대로 발견할 수 없는 아주 작은 것들"(170쪽)을 보게 되고, 저마다 자기한테 무엇이 중요하고 아름답고 고마운지 몸으로 깨닫습니다.

'이응노―서울·파리·도쿄'(삼성미술문화재단, 1994)를 읽습니다. 독재정권이 그림 그릴 자유를 억눌렀지만 이 억누름은 이응노 님 스스로 새 그림세계를 열도록 도와주기도 했군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펴낸 책이 하나둘 나와 출판기념잔치를 벌입니다. 이 책들은 누구한테 주려고 만들까요. 이 책들에는 무슨 이야기를 담을까요. 선거가 끝난 뒤에도 살가운 동무한테 선물할 만한 책으로 이어갈까요.


최종규 우리 말과 헌책방 지킴이

 

제22호 11면 2007년 10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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