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공화국’ 만들셈인가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사교육비 절반 5대 실천 프로젝트’라는 대선교육공약이 시민사회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은 수능과목의 축소, 마이스터 고교 설치, 양질의 영어교사 확대, 창의적 교육을 위한 국가교육과정위원회 설치 등 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경부운하에 대해 시민단체가 호되게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교육공약은 그동안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학벌사회 공약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심지어 시민사회는 ‘학벌사회의 완성을 향한 무서운 약속’이라고 몰아부친다. 이명박 후보의 교육공약은 사실상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의 자질을 의심케한다는 게 시민사회의 대체적인 분석과 평가다. 왜 그런가.
이명박 후보는 학교 교육만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고, 경쟁력을 갖춘 고품질의 공교육을 강화하여, 사교육비를 줄이고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을 막겠다고 했다. 우리도 바라는 바다. 하지만 이 후보가 그동안 보여온 행적과 사고를 보면 현실성이 없다.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시절 자사고 설립을 밀어붙였듯이, 이 후보의 정책 기조는 고교평준화를 해체하고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잡혀있다. 그래서 과연 이러한 정책 기조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후보의 정책은 결국 30년 전의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며, 대학과 고교 서열 체제 강화로 소수 특권 계층만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 정책을 통해서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명박 후보의 교육공약의 허점은 더욱 잘 드러난다. 이명박 후보는 기숙형 공립학교 150개, 마이스터 고교 50개, 그리고 자율형 사립고 100개 등 학교 300개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고교다양화’란다. 말은 좋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역시 서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책이다.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시절 밀어붙인 그 모양새 그대로다. 이는 현재 6개의 ‘자사고’ 운영 싵태를 보면 잘 나타난다. 한해 1천만원정도가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또한 다양한 특성 학교를 많이 만들겠다는 것은 현재 전국의 고교 수가 2천100여개인 현실에 비춰볼 때 결국 고교 평준화를 해체하겠다것에 다름아니다. 그리고 그런 소수 특성화된 학교들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은 나머지 1천800여개 학교는 내버려두겠다는 말과 같다. 소수 특권 계층을 위해 다수 학생들을 희생시키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더욱이 이 후보 공약대로라면 특목고·자사고 등 61, 자율형사립고, 기숙형공립고까지 일반계고교가 아닌 학교가 300곳을 넘는다는 말이 된다. 이는 전국 약 1천4백개 인문계 고교의 20%를 넘는 수다. 영국이나 미국의 특목고 비율도 3%에 불과한데, 나라를 특목고 공화국으로 만들려는 속셈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지금도 입시 명문화된 특목고 열풍 때문에 사교육 열풍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 후보의 정책은 중학교와 고교까지 사교육 열풍을 불러올 ‘사교육을 강화 정책’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이명박 후보의 ‘교육 5대 프로젝트’는 사회양극화를 가중시키고 학벌의 해체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대학 서열을 깰 공약을 개발하고, 교육불평등 해소 방안을 내놔야 한다. 이참에 비단 이명박 후보만이 아니라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은 ‘백년지대계’ 교육 구상을 백번 천번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제23호 19면 200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