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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최종규ㅣ책이야기

헌책방-교보문고-국가보안법 III

책으로 보는 눈 [8]

지난 15일 자정을 넘길 무렵, 서울 중곡동 '가자헌책방' 아저씨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 오늘 조금 전까지 수사를 받고 나오는데, 벌써 네 번째, 아니 다섯 번째예요.… 강남 가는 버스 기다리는데, 너무 기 막히는 거예요. 그래서 술 한 잔 했습니다. 안 할 수가 없는 거예요. 눈물이 나오는데요… 지문도 찍고, 내가 국가보안법 위반 용공사범으로 등록이 되었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내가 눈물이 안 나올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게 상황을 만들어 가는 이 사회가 참 미쳐 버리겠다는 거예요. 미안합니다, 최종규 씨, 참말. 내가 전화 안 하고 싶은데도,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하다가 전화를 끊으십니다. 그리고 10분 뒤 전화가 한 통 더 왔고, 20분쯤 지나서 다시 한 통 옵니다.

이번에는, “지금 메모하실 수 있어요? 적어 주세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과 '심판', 아놀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중원문화사에서 나온 10권짜리 '세계철학사'. 이제 끝났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주 승질이 나게, 그리고 '이성과 혁명'이라고 마르쿠제 있잖아요… 검찰 측에서, 공안부에서 하는 게…, 내가 오늘 어디까지 간 줄 알아요? 증말 미쳐버리고 싶다는 게, 경기지방검찰청 과학수사대, 과학수사대에서 지금, 좀 전에, 지문검색을 하고 범법자로, 국가비밀누설, 좌경용공사범으로 올라가 버렸어요. 선동화, 선동 있잖아요….

고무 찬양으로. 지금 완전히 국가사범으로, 김종웅, 죄명, 국가사범, 딱 이렇게 되어 버렸어. 예, 사람 완전히 미쳐버리겠어요. 안 미치겠어요? 나 아까 전에 나오면서 소주 두 병 혼자 까 버렸어요. 미쳐버리지 않기 위해서” 하고 덧붙입니다. 이 다섯 가지 책에다가 ‘김현-문학사회사’, ‘이병주-지리산’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듯.

그리고 삼십 분 뒤, 4번째 전화가 옵니다. “지금 거리에 주저앉아서 전화를 하고 있습니다. 가기는 가야겠는데, 어떻게 할까 해서 전화도 하고 골몰하고 있습니다. 집사람은 집사람대로 애타며 기다리고 있고, 나는 택시를 못 타요. 내가 왜 택시를 타요? 택시비도 1만 원 이상 나오고. 나는 그렇게까지 할 수 없는 입장이고, 내가 증말…. 딱 한 마디, 죽을 지경입니다. 지금 현재, 차 소리 들리죠? 엄청난 소음과 공해와 사회에 대해 찌들은 우리 삶이 얼마나 핍박받고 있는 걸 누가 알까요? 이 새벽에, 이 새벽 공기를 마시는 사람만이 알고 있지요? 이 새벽 공기, 새벽이라는 공기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집에 가야겠지요. 걸어가든 어떻게든. 암담하네요. 난 지금 너무 어려워요. 너무 힘들고, 너무 어렵고, 너무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가자 헌책방’ 주인 김종웅씨는 지난달 23일부터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판매 혐의로 보안당국의 수사를 받았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대형 서점에서도 파는 책들을 문제 삼는 ‘구시대 보안세력의 자기생존 몸부림’ 차원의 국보법 악용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최종규 우리 말과 헌책방 지킴이 hbooklove@empal.com

 

제9호 13면 2007년 6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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